얼마 전에 한 남자 분이 치과에 와서 상담을 요청했다. 내용인즉 아버지가 현재 치아가 위아래 앞니 4, 5개 정도만 남아있는데, 그 남아 있는 이도 딱딱한 음식을 씹으면 아프고 흔들려서 죽과 밀가루 음식과 같이 부드러운 음식만 드시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현재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있고, 아버지 본인은 그냥 이렇게 지내시다가 저 세상으로 가면 된다고 하시지만, 아들된 입장에서 너무 죄송하고, 식사시간마다 마음이 불편했는데, 우연히 틀니도 앞으로 보험이 된다는 소식을 듣고 확인하러 왔다고 했다.
예전부터 치과치료에 대해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서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치아가 없다고 해서 당장 죽고 사는 문제까지는 이어지지 않으니까, 치과치료는 형편이 어려울 때에는 우선순위에서 가장 밀리게 된다.
특히 노인들에게는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데 고가의 치료를 선뜻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돼 치료를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음식 먹기가 힘들어지게 되어 영양상태가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7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되는 틀니 보험은 복지국가로 진입하는 획기적인 제도로 볼 수 있다. 치아가 없어서 괜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음식도 물렁한 것만 골라 드시면서 불편하셨을 어르신들이 틀니건강보험 적용으로 환한 웃음을 되찾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7월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당사자인 어르신들은 이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병원에 오신 환자도 아들이 정보를 듣고 확인하러 왔을 정도이니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 내용을 보면 7월부터 75세 이상 노인의 완전틀니에 한해서 건강보험이 적용돼 틀니비용의 5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노인틀니 수가는 100만원 이하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약 39만 명의 노인들이 약 5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완전틀니를 장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예산상의 문제로 완전틀니만 건강보험대상이 되었지만 내년부터는 부분틀니도 적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더 많은 어르신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예전에 농촌 구강검진을 가서 만났던 할머니 한 분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입안에 치아가 하나도 없어서 "할머니, 틀니 없으세요?"라고 물었더니 "이 나이에 내가 그렇게 비싼 틀니를 하면 뭐해? 우리 아들이 치과에 억지로 데리고 가도 내가 그냥 치료 못하게 하고 도망 와"라고 대답했다. 그 할머니에게 "이제 틀니도 보험이 되니까 치료하러 가세요"라고 반가운 이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다.
이희경(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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