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학교가 경북 농산물 먹이고 가르쳐야

[지역사랑, 지역소비] ⑪ 로컬푸드 활성화 방안

학교 급식을 지역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하면서 식생활 교육도 병행하는
학교 급식을 지역 친환경 농산물로 공급하면서 식생활 교육도 병행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로컬푸드 활성화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8일 대구 달성군 용계초등학교의 점심시간. 달성군 내 초등학교는 군에서 재배된 쌀로 급식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우리 아이들에게 국적 모를 식품이 아니라 로컬푸드를 먹게 하자.'

초등학교 3학년인 김경민(11) 군은 몇 달 전만 해도 매일 학교 앞 문구점에서 간식을 사먹던 아이였다. 하지만 김 군이 요즘 즐겨 먹는 간식은 말린 경산대추다. 식사시간이면 햄, 소시지를 찾고 편식이 심했지만 이제는 알아서 채소, 나물류를 찾아 먹는다. 김 군의 이런 변화는 식생활 교육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김 군의 어머니 신미정(39'여) 씨는 "자신이 먹던 불량식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농장에서 직접 농사체험을 하면서 아이가 달라졌다"며 "요즘에는 장을 볼 때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도 아이 몫이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로컬푸드 활성화 방안으로 먹거리 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도농 간의 유대감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이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수요처 확보와 농산물 공급을 지원할 수 있는 로컬푸드 유통 인프라 구축이 또 하나의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로컬푸드 교육을 통한 도농 간 유대감을 살려라

도시에서 생활하는 초등학생 중 일부는 쌀이 나무에서 자란다고 생각한다.

식생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강사들은 "아이들에게 쌀이 어디서 나느냐고 물어보면 종종 '쌀나무'라는 대답이 나온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쌀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시와 농촌이 단절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벼'를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도농 간의 단절은 아이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내 아버지나 친척이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농촌의 위기가 내 일이었지만 지금은 먼 나라 얘기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소비자 운동으로서 로컬푸드의 핵심은 농촌과 농업에 대한 이해다. 내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고, 내 지역 농촌의 경제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도농 간의 정서적 유대감이 필요하다는 것.

이 때문에 유대감을 회복하는 소비자 교육이 로컬푸드 활성화의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2009년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가 출범하면서 대구경북에도 네트워크가 설립돼 지난해 사업 설명회를 열고 저소득지역 공부방 식생활 교육과 시민 교육 등을 진행했다.

식생활교육대구네트워크 김병혁 사무국장은 "도시민들에게 농업은 너무 먼 이야기로 느껴지기 때문에 농촌이 지역 공동체라는 유대감을 살려주는 교육이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첫 번째 방안"이라고 말했다.

◆생산지와 소비지를 연결하는 인프라

지역 농산물과 대량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로컬푸드 인프라도 필요하다.

경북은 농도(農道)라 불릴 정도로 각종 농산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로컬푸드 운동을 펼치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춘 것이다. 하지만 경북에서 재배되는 농산물 중 상당수는 수도권으로 유입됐다가 다시 대구경북 지역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직거래를 통해 유통단계와 이동거리를 줄이면 물류비가 절감돼 그만큼 제값을 받을 수 있지만 유통 경로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 때문에 로컬푸드의 유통을 관리할 수 있는 센터나 농민들의 공동작업장 등의 로컬푸드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북 완주군은 지자체 차원에서 인프라를 구축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완주군은 로컬푸드 통합센터, 거점농민가공센터, 로컬푸드 공동작업 등 생산 인프라를 구축한 뒤 농산물 직매장, 학교급식 등 수요처를 만들어냈다.

대구경북에서는 시민 차원의 인프라가 생겨날 전망이다. '대구경북시민생협'이다. 기존 생협의 경우 물류센터가 수도권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진정한 로컬푸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시민생협은 대구경북 로컬푸드를 조합원에게 공급하는 지역 생협으로 올 하반기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교육과 인프라 한번에 해결하는 '학교급식지원센터'

로컬푸드의 인프라와 교육을 한번에 해결한 울산 북구급식지원센터도 주목받고 있다. 구청이 운영하는 이곳은 울산 북구 20개 초등학교에 공급되는 식자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센터에서 관리하는 식자재는 모두 울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이다. 울산에서 생산된 물량이 부족하면 경남 지역의 친환경 물품을 공급받는다.

센터와 거래하는 26곳의 농가는 꾸준한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어서 안정적인 영농이 가능하다는 것도 급식지원센터의 강점이다.

이곳 센터의 역할은 식자재 공급만이 아니다. 20곳 초등학교의 식생활 교육도 맡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과 로컬푸드의 중요성 등을 알려주는 실내 교육과 함께 생산 농가를 방문해 농산물을 직접 보고 생산자와 소통하는 체험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로컬푸드 운동의 방향도 급식지원센터 설립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구의 급식 시장은 연간 1천400억원. 이 정도 시장만 확보하더라도 로컬푸드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다. 대구시에서는 박성태 시의원 등 시의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급식지원센터 설립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 북구급식지원센터 김형근 센터장은 "식생활 교육은 한번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꾸준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로 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신기해하다가 점점 달라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며 "지역경제와 건강을 함께 살릴 수 있는 것이 학교급식지원센터"라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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