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부·간호사가 독일서 보낸 쌈짓돈, 경북은 잊지않았습니다

경북도 '신실크로드 사업'…재독동포와 교류 추진, 문화행사 300여명

지난 1969년 파독 간호사들의 당시 모습. 서정숙 씨 제공
지난 1969년 파독 간호사들의 당시 모습. 서정숙 씨 제공
지난달 19일 독일 에센시 재독한인글뤽아우프기념관에서 독일 동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19일 독일 에센시 재독한인글뤽아우프기념관에서 독일 동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상북도'재독한인 문화교류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인문사회연구소 제공

"우리 고향은 경상북도입니다. 영원히 고향을 잊지 않고 경북의 혼을 독일에 뿌리내리겠습니다."

지난달 19일 오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센시 재독한인글뤽아우프기념관(문화회관)에서 재독한인총연합회와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 재독 동포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상북도'재독한인 문화교류한마당' 행사가 열렸다. 경북도립국악단이 친숙하면서도 귀에 익은 전통 가락을 선보이자, 재독 동포들은 어깨춤을 추면서 한국에 대한 향수를 달랬다. 이날 행사는 자정까지 이어졌으며, 재독 동포와 공연단은 함께 춤을 추며 뜨거운 정을 나눴다.

◆한국경제 개발의 주역

경상북도와 (사)인문사회연구소는 1960년대 광부와 간호사로 한국을 떠난 뒤 50여년 동안 독일 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한국과 독일의 인적'경제적 교류를 도와온 재독한인동포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날 행사를 마련했다.

한국정부는 1960년대 초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서독과 기술원조협정을 맺고 1977년까지 광부 7천936명, 간호사 1만1천507명 등 모두 1만9천443명을 독일로 보냈다.

이들은 지하 1천m 막장에서 일한 대가로 받은 월급과 언어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독일 환자들을 돌보며 번 돈을 고향으로 보냈다. 이들이 보낸 쌈짓돈은 한국경제개발의 종자돈이 됐다. 1달러의 외화도 귀중했던 당시 한국의 경제 상황에서 이들의 송금액은 한국 경제발전에 큰 도움을 준 것.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2010년 현재 3만1천500여 명의 한인들이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 이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다. 파독 광부'간호사들은 독일 각지에서 장학사업과 복지사업 등을 펼치며 1960년대 소수의 유학생과 교민이 전부였던 독일 한인사회의 기반을 크게 넓혔다.

김혜영(63'상주 출신) 씨는 1970년 독일로 와 간호사의 꿈을 이뤘다. 말도 통하지 않고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파독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김 씨는 "부모님이 멸치와 고추장을 보내면 함께 일하던 독일 간호사들이 냄새가 난다며 쓰레기장에 버렸다"면서 "고향을 잊지 못해 한국에서 10년간 살기도 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중반 독일로 온 김한용(68'상주 출신) 씨는 탄광 생활을 하다가 크게 다쳤기도 했다. 김 씨는 "탄광에 있는 기계의 대부분이 독일 사람들 체격에 맞췄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적응하기 힘들었다"면서 "광부 생활 초기에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며 독일 청소년들을 가르치기도 했다"고 자랑했다.

1971년 독일로 온 김정모(68'김천 출신) 씨는 400마르크의 봉급 중 우표값과 생활비만 남기고 남은 돈은 모두 고향에 보냈다. 김씨가 돈을 벌지 않으면 한국에 있는 부모'형제들의 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3년 뒤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살 길이 막막해 다시 독일로 들어왔다"고 했다.

◆해외 정체성 찾기 사업 3년째 호평

경북도는 소외된 해외동포들의 민족 정체성을 일깨우고 역사의 아픔을 가진 이들과 민족 동질감을 회복해 재외동포사회와 경제'문화교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문사회연구소와 함께 지난 2010년부터 3년째 추진하고 있는 '경북의 혼을 찾아 떠나는 신(新) 실크로드-해외동포 정체성 찾기 사업'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2010년 중국 동북 3성 경상도마을에 이어 지난해에는 러시아 사할린 경상도 사람들에 대한 생애와 역사, 삶의 모습들을 문화교류한마당과 콘텐츠전시회, 스토리북 등으로 지역민에게 전한 바 있다.

인문사회연구소는 어려운 시기에 사명감을 갖고 나라의 발전에 기여했던 지역출신 동포들의 역사, 사건, 생애 이야기를 정리해 9월쯤 콘텐츠 전시회와 인문학 강좌로 소개할 예정이다. 또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방영하고 콘텐츠 스토리북도 출간할 계획이다.

경북도 김호섭 국제통상과장은 "지역 출신 재독한인동포들은 어려운 시기에 이역만리 타국에서 새 삶을 개척하고 어엿하게 독일 사회의 일원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해외동포 정체성 찾기 사업'을 통해 지역출신 재독한인동포들을 이해하고 교류하는 것은 물론 독일 주류 사회로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재독한인 재독한인 차세대들과 실질적 교류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독일 에센시에서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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