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열풍이 일고 있다. 요즘 서울에서는 양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패션 코드는 맞지 않지만 걷기에 편하다는 이유로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걷기 열풍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달빛과 별빛을 벗 삼아 노니는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면서 걷기는 이제 밤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한낮의 기온이 벌써 30℃를 오르내리고 있다. 낮에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계절, 달빛'별빛 기행을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신라달빛기행
국내 야간 걷기 프로그램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신라문화원이 1994년 시작한 신라달빛기행이 큰 인기를 끌자 벤치마킹 붐이 일면서 전국에서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라달빛기행은 야간 걷기 문화를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한국관광협회중앙회 등이 선정하는 '관광프런티어 부문 한국 관광의 별'로 지정됐다.
18년 동안 신라달빛기행을 다녀간 사람은 9만여 명에 이른다.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이용객의 5~10% 정도가 외국인들이다. 신라달빛기행의 인기 비결은 천년고도 경주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짜여진 프로그램에 있다. 신라달빛기행은 오후 3시 문화유산해설사와 함께 유적지를 답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유적지 스토리텔링 답사가 끝나면 식사를 한 뒤 소원을 적은 등을 들고 야간 유적지 견학을 떠난다. 등불을 밝히고 나선 야간 유적 답사는 낮시간대 진행된 유적 답사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특히 유적지에서 진행되는 국악실내악단 공연은 신라의 달밤을 추억하기에 더없이 좋은 선물이다.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경주에 유적지가 많다 보니 일정별로 방문하는 유적지가 조금씩 바뀐다. 이달 16일 프로그램은 '문화재 속에 숨어 있는 재미있는 과학이야기'라는 주제 아래 낮에는 첨성대~반월성(석빙고)~경주박물관을 둘러보고 저녁을 먹은 뒤에는 서악서원으로 이동해 공연을 관람하고 인근 무열왕릉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다음 달 7일 프로그램은 첨성대~탑곡부처바위~분황사~황룡사지~서악서원 콘서트~무열왕릉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일정별 프로그램은 신라문화원 홈페이지(www.silla.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 신라달빛기행은 이달 16일과 다음 달 7일을 비롯해 21일, 8월 4'18일, 9월 1'15일, 10월 6'20일 열릴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행사 이틀 전까지 신라문화원 홈페이지 또는 전화(054-774-1950)로 하면 된다. 참가비는 일반(청소년 포함) 2만2천원, 초등학생 2만원이다. 30명 이상 단체 관람객의 경우 유적지를 지정할 수 있다. 예약을 할 때 방문하고 싶은 유적지를 알려주면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된다.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
문경문화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매월 보름을 전후한 토요일 문경새재 옛길에서 열린다. 문경새재 옛길에는 청운의 꿈이 서려 있다. 장원급제의 꿈을 안고 과거를 보러 가던 영남지역 선비들이 문경새재를 넘어 한양으로 갔기 때문. 선비들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며 선비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의 묘미다.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은 문경새재 도립공원 야외공연장을 출발해 옛길박물관~성황당~세족장~옛길~조령원터~교귀정~드라마 세트장으로 이어지는 왕복 6㎞ 코스에서 진행된다. 걷는 도중에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다. 성황당에서는 소원을 적어 새끼줄에 꿰는 기원 행사가 펼쳐진다. 세족관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발을 씻겨 주는 세족식이 열리고, 교귀정에서는 대금 소리와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걷다가 출출해지면 주먹밥 만들기를 통해 허기를 채울 수 있으며 도자기 만들기와 솟대 만들기, 과거시험도 실시된다. 특히 과거시험은 당일 출제되는 시제에 맞춰 삼행시를 적어 내면 급제자를 선정해 상품을 지급한다. 장원급제자로 선정되면 어사화를 쓰고 교지와 문경특산품인 도자기를 부상으로 받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행사의 대미는 드라마 '태조왕건' 등이 촬영되었던 드라마 촬영장 내 경복궁 강녕전에서 장식된다. 전통차 체험 행사와 함께 문경새재 아리랑 공연 등이 펼쳐지고 과거시험 급제자 시상식이 열린다.
오후 4시 시작되어 오후 9시에 끝나는 문경새재 달빛사랑여행은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올해는 다음 달 7일, 8월 4일, 9월 1일, 10월 27일 일정이 남아 있다. 참가비(체험비 포함)는 일반 1만원, 청소년 8천원이며, 간식과 생수는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참가 신청은 달빛사랑여행 홈페이지(www.mgmtour.co.kr) 또는 전화(054-555-2571)로 하면 된다.
◆김천 직지나이트투어
김천문화원은 2008년부터 직지나이트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오후 3시 30분 시작되어 오후 9시까지 이어지는 직지나이트투어는 과일 따기와 사찰문화 체험, 직지문화공원 관람 행사로 구성되어 있다. 과일 따기 체험은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6월에는 방울토마토, 7월에는 자두, 8월에는 포도, 9월에는 사과, 10월에는 배를 수확한다. 과일 따기 체험이 끝나면 직지사로 이동해 저녁 공양을 하며 사찰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연등을 만들어 탑돌이를 하고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직지사 일원을 둘러보며 직지사에 얽힌 이야기를 듣는다. 직지사 투어가 마무리되면 직지문화공원에서 음악분수쇼와 도자기박물관을 관람한다.
직지나이트투어는 이달 23일, 다음 달 21일, 8월 25일, 9월 15일, 10월 13일 열릴 예정이며 참가비는 1만원이다. 참가 인원은 사찰 체험 때문에 80~9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 신청은 직지나이트투어 홈페이지(www.nighttour.org)를 통해 받는다.
◆성주 별빛기행
성주문화원이 주관하는 '2012 생명의 신비를 찾아가는 별빛기행'은 국가사적 제444호인 세종대왕자태실과 수호사찰인 신석사 일원에서 펼쳐진다. 성주 별빛기행은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태실 알기, 전통 등 만들기, 탁본 체험, 별자리 탐험, 문화 공연 등의 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져 있다. 9월 8일 올 마지막 별빛기행이 진행될 예정이며 참가비(체험비 등 포함)는 성인의 경우 7천원, 초'중'고 학생은 3천원이다. 선착순으로 150명만 접수하며 참가 신청은 인터넷(www.sjmelon.go.kr
/tour)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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