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정면 충돌로 급기야 의사들이 수술 거부까지 결의하면서 애꿎은 환자들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피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와 저가의 의료비로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의사회가 충돌하면서 자칫 의료대란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의료 볼모 안 돼 vs 싸고 좋은 진료는 없어
네티즌들은 "결국은 자기 주머니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까봐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삼겠다는 것 아니냐"며 의사회에 대해 날선 비난을 가하고 있다.
한 시민은 "이미 선진국들도 다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오랜 기간 협의를 통해 적정한 진료비를 책정하는데 의견을 함께 해놓고 이제와서 수술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주부 이명희(40) 씨는 "의료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분야인 만큼 아무리 이해관계를 두고 다투더라도 볼모로 삼아선 안 된다"며 "만약 수술을 거부하는 기간 중에 갑자기 아프면 모든 사람이 대학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 포괄수가제의 테두리 안에서는 의료서비스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외과 개원의는 "가령 맹장염 환자가 왔을 때 정확한 진단을 위해 예전엔 초음파 검사나 CT 촬영을 했지만 포괄수가제로 금액이 한정돼 버리면 함부로 검사할 수 없다"며 "수술기구는 물론이고 진통제도 좋은 것을 쓸 수 없다"고 했다.
한 전문병원 관계자는 "결국 풍선효과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며 "병원마다 매달 지출되는 비용은 뻔한데 수입이 줄어든다면 병원 문을 닫거나 다른 수익 창출 수단을 찾아야 하는데 결국 그 부담은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세분화된 기준으로 진료비 책정
포괄수가제는 환자가 병'의원에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진료받은 진찰'검사'수술'주사'투약 등 진료의 종류나 양과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액의 진료비만 부담토록 하는 제도다. 모든 질병과 수술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7월 적용 대상은 7개 질병군과 관련된 질환에 한정된다.
7개 질병군은 제왕절개 분만'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산부인과), 백내장 수술(안과), 충수염(맹장염)'치질'서혜(사타구니) 및 대퇴부 탈장 수술(일반외과), 편도 및 아데노이드(인두편도 질환) 수술(이비인후과) 등 빈도가 높은 외과 수술이 대부분이다. 중증 정도에 따라 다시 52개 질병군으로 세분화해 진료비가 책정된다.
가령 백내장 수술을 할 경우 수술 대상이 한쪽 눈이냐 양쪽 눈이냐, 수정체를 어떻게 절개하느냐에 따라 진료비 책정 방법이 달라지며 실제 진료비도 다르다. 정부는 포괄수가제를 확대 보완한 '신포괄수가제' 도입도 준비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불필요한 과다진료를 막고 환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포괄수가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제도가 시행되면 환자의 입원진료비 부담이 연간 총 100억원, 1인당 평균 21%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의사회측은 "포괄수가제는 정해진 액수에 맞춰서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의료의 질을 하락시켜 오히려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포괄수가제를 강행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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