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요즘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맡았을 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는 만큼 사선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맡기가 어렵다는 자조 섞인 표현이다.
국선 변호인제 확대와 변호사 없이 재판하는 '나 홀로 소송'이 늘면서 사선 변호사들의 형사사건 수임이 급감하고 있다.
대구지역 사선 변호인의 형사사건 수임은 2009년 5천335건, 2010년 5천59건, 지난해 4천807건 등으로 해마다 250~300건씩 줄어들고 있다.
이는 대구변호사회 소속 회원(380명)이 형사사건을 한 달 평균 겨우 한 건 정도 맡는 데 불과한 수치다. 이달 11일 대구지법 제3형사단독이 선고한 판결문을 보면 14건 중 국선 변호인이 선임된 경우는 10건이나 된 반면 사선은 3건에 불과했다.
대구 한 변호사는 "예전에는 정보가 부족해 일단 사선 변호사부터 찾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정보가 넘치다 보니 자신이 처한 상황과 국선 변호인 지정에 따른 영향 등을 고려해 국선을 선임하거나 홀로 소송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형사사건의 수임료가 적잖은 것도 사선 변호사들이 '심봤다'고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역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수임할 경우 서울보다는 적지만 수백만원의 착수금에다 사건별로 적잖은 수입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선 변호인을 선임한다고 해서 국선보다 나은 판결을 받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시각도 사선 선임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심지어 일부 변호사들은 '판사들이 국선 변호인이 맡은 사건에 더 후한 판결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는 넋두리까지 하고 있다.
국선 변호인제가 법원이 운영하는 제도인 만큼 공적인 활동으로 보고 판사들이 상대적으로 우호적이지 않으냐는 인식에서다.
한 변호사는 "실제로 국선 변호인에게 좀 더 후한 판결을 해주는지는 몰라도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끼는 변호사들이 적잖은 것 같다. 재판 절차를 진행할 때 국선 변호인 사건 재판을 먼저 진행하는 등 절차적 배려를 해주는 건 사실"이라며 "사선 변호인들은 수임료를 받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데도 수임이 잘 안 되다 보니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법원 한 판사는 "판사가 절차상 약자를 배려한다고 하더라도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사선 변호인들은 자신들을 선임한 피의자들과의 관계가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느낄 뿐이지 재판관은 국'사선별로 편견을 갖고 판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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