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의무 휴업일이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붕괴되는 전통시장과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유통 대기업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행에 들어간 조치다.
이제 한 달, 아직 효과에 대한 평가는 이르지만 일부에서 부정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가 한 달에 두 번 일요일 휴업을 하면서 대형마트 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납품 업체들이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들이다. 여기에 대형마트에 익숙해진 시민들에게는 일요일 휴업이 너무 큰 불편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더해지고 있다. 서울에 본사를 둔 일부 언론의 논리다.
세상 이치에는 음양이 있고 동전은 양면을 갖고 있다.
전통시장을 들여다보자.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 2010년 실시한 '시장경제 활성화 등급 평가'에 따르면 대구의 103개 전통시장 중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한 곳이 절반을 넘는 55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곳의 시장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은 수십 명에서 많게는 1천여 명이 넘는다. 전통시장 붕괴는 결국 수만 명의 일자리를 빼앗은 셈이다.
처음 '할인점'이란 이름을 달고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가 등장한 것은 1990년대 후반이다. 그리고 대도시는 물론 중소 도시까지 매장을 연 것은 불과 10여 년 전이다.
하지만 모든 업종에서 그러하듯 한국 대기업의 힘은 막강하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까지 사업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하면서 대형 전통시장은 물론 동네 시장과 골목 상권까지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유통 대기업이 대구에서 거둬들인 수입은 무려 3조 원에 이른다. 물론 수입의 대부분은 서울 본사로 바로 빠져나가고 있다.
만약 이 돈의 절반 정도만 대구 지역 내 시장에서 순환을 한다면 경제 유발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올해 기준 대구시 전체 예산이 5조 원을 넘고 이 중 사업비는 국비를 포함해 3조 원 정도다. 쉽게 생각해 대구시 발주 사업이 50%(1조 5천억 원) 증가한다면 지역 건설 업체나 자재 납품 업체는 때아닌 호황을 누릴 것이고 일자리 창출 효과 또한 클 것이다.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요즘 장사가 잘되냐'고 물으면 항상 똑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갈수록 어렵다"는 말이다.
국내 경기가 아무리 좋더라도 전통시장 상인들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해가 지날수록 유통 대기업이 운영하는 매장과 전체 매출은 늘고 이에 비례해 전통시장의 설 자리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이 무너지면 지방 경제의 자립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구 지역 내 전통시장이나 골목 상권에서 판매되는 식료품이나 농산품의 대부분은 대구나 경북 지역 생산품이다. 의류나 공산품도 상당수가 지역 업체들이 만든 물건들이다. 하지만 전통시장 붕괴로 판로가 사라지면 유통업자나 생산자 모두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이 자리는 결국 유통 대기업이 대신하게 되고 유통 마진의 대부분은 서울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 경북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90%가 중도매인 등을 통해 서울로 올라간 뒤 다시 대구로 내려온다. 이 과정에서 30%가 넘는 유통 마진이 고스란히 서울에 떨어진다고 한다.
유통 대기업의 역사가 한국보다 훨씬 빠른 미국과 유럽의 경우도 대형마트와 전통 상권의 충돌과 상생은 공존해 왔다.
스위스의 경우 주민들이 주인인 생활협동조합인 미그로와 쿱이 다국적 대형마트인 까르푸 불매 운동을 벌여 스위스 내 12개 까르푸 매장이 철수했다. 미국 LA는 지난 2004년부터 매장 면적 9천300㎡(2천800평) 이상 소매점을 개설하려먼 골목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특별 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내 일부 대형마트들은 일요일 자발적으로 전통 상권 활성화를 위해 문을 닫고 있다.
따뜻한 자본주의가 시대적 화두가 되고 있다. 전통시장 활성화는 시장 상인들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법'이란 강제 조항을 통해 대형마트의 양보(일요일 휴업)를 얻어낸 만큼 전통시장 이용이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둘째, 넷째 일요일 가족과 함께 전통시장 장보기에 나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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