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에 다급한 전화 한 통이 왔다. 전화기로 들려오는 반려동물 보호자의 이야기는 응급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오전 5시쯤 진돗개와 함께 산책을 한 뒤 아침을 먹이려고 2마리의 개를 불렀다. 진돗개가 먼저 오고 이어 '곰순이'(롯트와일러)가 왔다. 그런데 뒤늦게 오던 곰순이가 배에 이상한 것을 달고 오는 것이 보였다. 확인을 하니 복강 내의 장기 일부가 밖으로 나와 있었다는 것이다. 청도에 있는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한 뒤 대구로 이송 중이었다.
병원에 도착한 곰순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보호자는 복부에 수건을 2개씩 감는 응급처치를 했지만, 수건은 피로 붉게 물들었고 바닥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빠른 처치를 하기 위해 간단한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을 했다. 그나마 상태가 양호해 응급수술에 들어갔다. 먼저 보호자에게 수술의 위험성을 알렸다. 보호자는 연세가 많이 드신 분이었지만 눈물을 글썽이며 '꼭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보호자를 안심시켜 드린 후 수술방으로 들어갔다.
곰순이의 상태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였다. 풀밭과 진흙에 뒹굴어서 상처 부위가 오염돼 있었고, 털도 많아 수술할 곳을 정리하고 소독을 하는 데만 거의 1시간 정도 걸렸다. 장이 오염되어 있어서 세척을 하고 장간막은 일부 절제를 하여 제거수술을 시행했다. 다행스럽게도 내부 장기는 손상이 없었다.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수술 후 그 부위를 유심히 관찰해 본 결과 피부가 찢어진 단면이 2줄이 나 있는 상태였다. 수술 부위가 후방에서 앞쪽으로 비스듬하게 찔려 있었다. 멧돼지 이빨에 찔린 것으로 추정됐다.
멧돼지에 받혀서 내원하는 경우는 겨울 사냥철에 흔하다. 하지만 요즘에는 멧돼지가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고 있어 반려동물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 뱀에 물려 내원하는 경우와 벌에 쏘여서 얼굴이 퉁퉁 부어서 오는 동물들도 있다. 산이나 숲에는 항상 야생동물이나 뱀, 벌, 독충이 있을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반려동물과 야외활동을 즐겨야 한다.
최동학 대구시수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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