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mimesis)는 어떤 사물에 대한 '모방'(模倣)을 의미한다. 이 말은 '모방하다'는 뜻의 그리스어 'mi-meistkai'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인간의 몸과 말을 이용한 어떤 인물에 대한 모방이었지만 점차 어떤 사물이나 관념, 사상 또는 인간이 아닌 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예술의 기본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에 나와 있는 설명이기도 하다. 현대에서는 이것을 '모방이론'이라고 하여 모든 예술의 출발을 미메시스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메시스를 예술의 기본방식이자 예술의 출발로 보는 이유는 특정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 신의 개념에서 혹은 체계적인 과학의 개념에서 보더라도 인간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것 혹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모방하여 변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자 한계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창조는 오직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예술이 아무리 새롭다고 해도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창조는 아니며 기존에 있던 것을 바탕으로 인간이 모방한 재창조라고 보는 것이다. '하늘 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말도 어쩌면 이런 관점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미메시스, 즉 모방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복제나 복사(copy)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남의 것 혹은 기존에 있던 것을 비슷하게 따라하거나 베끼는 복사가 아니라 '재현'(再現)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실제 존재하는 것은 신이 창조한 형태이며, 인간은 신이 창조한 것을 비슷하게 혹은 그림자와 같이 어렴풋이 재현한 것'이다. 그러므로 미메시스는 완전히 똑같은 복사와는 의미가 다른 재현의 뜻을 지닌 모방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예술에서 미메시스가 중요한 것처럼 연극에서도 미메시스는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연극의 주인공이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나 사물이든 혹은 외계인이든 그것은 결국 이미 창조되어 있는 인간의 모습과 삶을 담고 있는 인간의 재현이다. 그런 의미에서 특정한 인간 혹은 우리네 인간의 삶을 재현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연극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미메시스에서 출발해 미메시스로 끝나는 미메시스의 산물이자 미메시스의 대표적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메시스를 표절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미메시스를 모방이라는 뜻으로만 잘못 해석해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복제하거나 복사하는 의미로 보기 때문이다. 예술은 모방에서 출발한다는 개념은 인간과 인간의 삶을 재현하는 것이지 복사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존재하는 작품을 그대로 따라서 모방하면 이는 더 이상 모방이 아니라 복제, 즉 표절이 된다. 하지만 비슷한 인간, 비슷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은 의도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연극, 나아가 모든 예술은 결국 인간이 인간의 문제를 다루는 재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삶은 얼마든지 모방하되 이미 존재하는 다른 작품을 모방해서는 안 된다. 혹은 다른 작품을 모방하되 모방 여부를 밝혀야 하며 어떤 경우에도 복제해서는 안 된다. 물론 복제 수준으로 보일 만큼의 모방을 하면서도 아무런 법적 제약이나 도덕적 제약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기존 작품에 약간의 손질을 가하는 각색 작품이나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부르는 경우다. 또한 기존 작품을 베끼면서 풍자를 가미해 웃음을 선사하는 패러디 작품의 경우도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복제는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용서받기 어려운 행위이다.
이는 기원전부터 예술의 기본방식으로 주장된 미메시스를 복사나 복제의 의미를 지닌 모방으로 잘못 해석한 중대한 실수이다. 미메시스는 신이라고 불리는 절대적인 존재가 창조한 것을 바탕으로 그것을 재현하는 모방이지 결코 복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예술의 기본방식으로 항상 회자되고 있는 미메시스라는 모방의 개념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때이다.
안희철 극작가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포항 찾은 한동훈 "박정희 때처럼 과학개발 100개년 계획 세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