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플라워테라피

꽃을 좋아하세요? 친구들 중, 어린 시절 깊은 산골마을에서 자란 이들이 있다. 그들은 산야에 지천으로 핀 꽃들과 수풀을 벗 삼아 마음껏 뛰어논 덕분인지 말에서 행동에서 너그럽고 여유가 있다. 쉽지 않은 꽃 이름 나무 이름을 술술 외워댈 때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도시인처럼 세련된 매너와 셈에서는 뒤처질 수 있겠지만, 철 따라 피고 지는 아름다운 꽃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훨씬 너그럽고 흔들리지 않는 뿌리와 원칙들을 가지고 있다. 남을 위한 배려심 또한 깊다.

이 시대는 극단으로 치닫는 청소년 문제, 이혼 문제, 노인 문제 등 각종 사회적 문제들로 얼룩져 있다. 해결이 쉽지 않은 숙제들이다. 이럴 때 꽃과 식물을 주제로 하는 플라워테라피는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바쁘고 조급했던 마음들은 어느새 여유 있게 변한다. 꽃이 주는 신비한 힘, 꽃의 기(氣)라고 할 수 있다. 꽃의 색, 향기, 형태가 뿜어내는 좋은 기운을 받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것이 바로 플라워테라피다.

특히 플라워테라피는 꽃과 식물을 통해서 청소년이나 아이들의 오감을 발달시키고, 사회성을 길러주고, 인성 함양과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임산부나 우울증이 심한 노인들에게도 오감을 자극해 신체기능을 활성화시켜준다. 식물 가꾸기, 꽃꽂이, 디쉬가든, 테라리움, 분재, 드라이플라워, 프레스플라워, 야생화 키우기, 세밀화 그리기, 실내정원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을 맑고 튼튼하게 기를 수 있다.

현재 화훼단지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내 마음 알아가기 플라워테라피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예쁜 꽃을 눈으로 보고, 꽃향기도 맡고 손으로 직접 만지며 꽃꽂이를 함으로써 정서적 안정을 찾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아이들로 자라도록 하자는 취지다. 4회째 접어들면서 산만하고 번잡스럽던 아이들이 온갖 꽃 재료들 속에서 차분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본래 갖고 있던 동심을 되찾아가는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꽃 속으로 몰입하는 광경은 정말 아름답고 천진하다. 직접 식물과 접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덧 자신감과 성취감마저 느낀다.

학교현장에서는 각종 방과 후 학습, 체험학습 등 종류가 많지만 그중 꽃과 식물을 이용한 프로그램은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하지만 플라워테라피는 최근 학교폭력과 게임중독 등에 시달리는 위기의 학생들에게 자연의 넉넉한 이치와 상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아이콘임에 틀림없다. 청소년들이 올바른 인격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라워테라피를 접하도록 하는 일은 분명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것과 같을 것이다.

김해숙(다사꽃화훼단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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