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에서 20년 이상 살았던 주민이 최근 대구시내 종합병원에서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연료단지 노동자들이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것은 유모(74) 씨 등 다수 있었지만 연료단지 인근 주민이 진폐증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연료단지 인근 주민들이 업주들을 대상으로 한 피해 보상 소송 및 단지이전 요구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동구 서호동에서 25년 거주해 온 박정호(74'여) 씨는 이달 4일 대구파티마병원에서 탄분증 진단을 받았다. '흑폐'(黑肺) 또는 '흑폐병'으로 불리는 탄분증은 수년간 탄가루를 반복해서 들이마셔야 생기는 진폐증의 일종이다.
병원 진단서에 따르면 박 씨는 '상세불명의 폐렴' '상세불명의 만성 폐색성 폐질환' '상세불명의 천식' '탄분증' 진단을 받았다.
박 씨는 1970년대 초반부터 연료단지에서 남동쪽으로 700m가량 떨어진 서호동에서 1997년까지 살다가 경산 하양으로 이사를 했다. 박 씨는 "7, 8년 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기침이 잦아 단순한 천식으로 알았다"며 "최근 두 달 동안 가슴이 너무 아파 식사도 못했으며 한기가 들고 두통이 매우 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5일쯤 숨쉬기가 힘들었고, 갑자기 정신을 잃어 급하게 병원을 찾은 결과 진폐증으로 진단받았다. 박 씨는 "의사가 연료단지의 연탄가루가 원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씨는 지금까지 연료단지에서 일한 적이 없다. 연료단지에서 일했던 노동자 중 진폐증을 앓고 있거나 진폐증으로 사망한 사람은 많았지만 연료단지 인근에서 살았던 주민 가운데는 박 씨가 처음 진폐증 진단을 받은 것.
박 씨는 "연료단지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북서풍이 불면 집에 연탄가루가 날아와 빨래를 널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 씨가 거주했던 주택은 연료단지에서 직선거리로 700m가량 떨어져 있고, 박 씨의 주택과 연료단지 사이에는 수백 가구가 있다. 이 때문에 박 씨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하면 진폐증 환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보건의료계의 분석이다.
은희진 안심2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연료단지와 상당히 떨어져 살았던 박 씨가 진폐증 진단을 받았다는 것은 다른 주민들도 진폐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진폐증 의심 주민들을 모아 연료단지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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