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열정의 그대, 문화도시 대구 '일등공신'

활발해진 문화예술 자원봉사

딤프지기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DIMF 홍보를 하고 있다.
딤프지기들이 대구 동성로에서 DIMF 홍보를 하고 있다.
대구문화재단 시민 서포터스
대구문화재단 시민 서포터스 '컬처스'가 홍보 리플릿 배부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공미선(20'여) 씨는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자원봉사단체인 '딤프지기'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말시험을 마치고 곧바로 대구로 내려와 3주가량 머물 예정이다. 공 씨는 "대구에 연고가 없는데다 숙박을 위해 만만찮은 사비를 털었지만 딤프지기로 활동하면 공연을 자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공연 축제가 진행되는지 체험할 수 있어 이번에 과감히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자원봉사'가 뜨고 있다. 과거 복지 분야에 집중됐던 자원봉사가 문화예술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풀뿌리 봉사'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대구의 문화예술계에 '천군만마'와 같은 역할을 하고 문화예술을 대중화시키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공연축제 성공의 '일등공신'

자원봉사가 가장 활발한 곳은 공연축제다. 15일 개막한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서는 자원봉사자의 다른 이름인 '딤프지기'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1회 때부터 매년 축제 성공의 숨은 주인공 역할을 하는 이들은 각 공연과 행사의 원활한 진행은 물론, 주최 측의 예산 절감에도 기여한다.

올해는 280명의 딤프지기가 공연장 도우미와 의전, 사무국, 딤프린지(딤프 거리행사), 통역, 홍보단 등의 분야에서 활약한다. (사)대구뮤지컬페스티벌 송원주 씨는 "이들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곳곳에 배치돼 직원들이 하는 일을 거의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은 대학생이지만 주부나 직장인, 취업준비생, 퇴직자 등 다양한 직업군과 연령대를 가진 사람들도 딤프지기 대열에 합류한다.

뮤지컬축제와 더불어 대구를 대표하는 양대 공연축제인 가을의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은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딤프지기에 비견되는 이들은 '오페라필'로 불린다. 4회 때부터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40명 정도의 소수로 이뤄진다.

자원봉사자라고 하지만 상당히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일부 분야에서는 1개월 동안 사전 교육을 받고 직접 관객들에게 안내 및 설명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대구오페라축제조직위원회 남상욱 사무국장은 "자원봉사자 가운데 무대 스태프를 맡거나 공연에 출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반인들이 자원봉사를 함으로써 오페라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조직위 입장에서는 일손을 덜 수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화도시 만들기 '숨은 일꾼'

장기간 이어지는 축제뿐 아니라 공연이 있을 때마다 상시로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도 적잖다. 대구문화재단은 복지관 등 문화 소외계층에서 공연 신청이 들어오면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는 '문화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때도 자원봉사자를 파견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공연장 안내나 좌석 배치, 공연장 모니터링 등을 한다.

대구문화재단은 지난해부터 연초에 자원봉사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는 44명으로 지난해(30명)보다 늘었다고 한다. 또 '옛 골목은 살아있다' 등 6개 도시문화브랜드 사업에 '컬처스'로 불리는 시민 서포터스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활용해 조별로 나눠 공연 평가와 홍보 리플릿 배부, 관객들의 질서 유도 등의 활동을 한다. 가끔 부대행사 운영까지 맡는다.

대구문화재단 김미선 씨는 "지난해에는 지원자가 적어 20명가량으로 구성되다 보니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지원자가 많아 100명을 선발, 문화도시운동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자원봉사단체도 있어

일반인 스스로 자원봉사단체를 결성해 활동하는 예도 있다. 이무창(62'대구 남구 봉덕동) 씨는 민간 문화예술 자원봉사단체인 '아트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부터 활동한 이 단체는 19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은 30명가량이다. 이 씨는 "공연장 관람권을 구해 복지단체 등을 찾아서 관람할 사람들을 모아 같이 보러 가거나 찾아가는 무료음악회 등을 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과거 영화기획사에서 퇴직한 후 복지단체에서 영화를 상영해주는 봉사팀에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아동복지시설에 들렀는데 타인을 경계하는 아이들을 보고 마음이 안타까웠고 문화예술을 통해 어떻게 그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사비를 털어 민간 자원봉사단체를 만들었다는 것. 이 씨는 초반에는 문화예술 분야에는 아직 자원봉사 인식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 씨는 "큰 행사에 자원봉사를 많이 하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구성돼 지금은 활동하기에 조금 수월해졌다"며 "평소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공연을 본 후 감동할 때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40대 주부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 '우먼스리그'도 최근까지 3년간 활발하게 활동했다. 우먼스리그는 평소 문화예술에 관심을 많아 문화예술 종사자들을 돕는다는 취지로 2009년에 결성됐다. 이들은 시각장애인 합주단 연주회를 할 때 리셉션이나 간식을 지원하거나, 대구음악제를 할 때 현장 지원 및 리셉션 등 자원봉사를 했다. 수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예술인들이 음악회를 열 때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우먼스리그 대표 안미경(50'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일반 주부가 자원봉사팀을 결성한 것이 전례가 없어 반응이 무척 좋았다"며 "여건이 허락한다면 또 다른 자원봉사팀을 꾸려 활동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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