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숲 사이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면 도심에서 찌든 마음이 이내 평온해진다. 자연과 함께 한다는 느낌을 온몸으로 받는 데는 '산림욕'만큼 좋은 것이 없다. 더욱이 5, 6월은 새순이 왕성하게 자라나는 시기라 산림욕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다.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산림욕장이나 휴양림 등이 많이 생겨나면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어렵지 않게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주말 특별한 나들이 계획이 없다면 가족끼리 나무숲을 찾아 수목들의 속삭임을 만끽해보는 것은 어떨까.
◆숲의 선물 '피톤치드'
숲의 효능을 말할 때 '피톤치드'(phytoncide)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 가면 특유의 상쾌한 향을 맡을 수 있다. 이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피톤치드다. 피톤치드는 그리스어로 식물이 분비하는 살균물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나무와 숲을 위협하는 각종 해충과 병균, 곰팡이, 박테리아 등을 죽이는 물질인 것. 공기 중이나 땅속에 발산하는 일종의 항생물질로 인간에게는 좋은 물질이다. 피톤치드는 인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우리 몸을 해치는 나쁜 균들을 말끔히 없애줄 뿐 아니라 악취를 없애주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피톤치드와 함께 음이온도 숲이 주는 혜택이다. 숲은 음이온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음이온은 자율신경을 진정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평소 양이온에 찌들린 도시인들에게는 숲이 음이온을 보충하는 휴식처인 셈이다. 이 밖에 숲이 주는 쾌적함과 자연의 소리 등 무형의 혜택도 적잖다.
◆새벽, 정오 때 가장 좋아
그렇다면 산림욕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같은 값이면 좀 더 효과를 자주 볼 수 있도록 시기와 장소를 잘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하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새벽 6시와 오전 11~12시가 산림욕하기에 가장 좋다. 이 때가 피톤치드의 발산양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새벽에 숲 속을 거닐면 다른 때보다 훨씬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만큼 피톤치드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새벽 공기는 이동이 적고 수분 함유량도 많아 피톤치드가 다른 때보다 많이 머물러 있다. 해가 뜨면 피톤치드의 양이 다소 줄어들었다 정오 무렵 다시 절정을 이룬다.
계절별로 보면 나무가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5, 6월과 햇볕이 가장 많이, 또 오래 내리쬐는 한여름이 좋다. 더워지는 시기에 발산되는 피톤치드의 양은 보통 겨울철에 발산되는 양의 5~10배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형적으로 봤을 때는 산 밑이나 산꼭대기보다는 산 중턱이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 산 중턱이 바람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계곡을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산꼭대기에서 불어온 바람이 움푹 팬 계곡에 이르러 다시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멈춘다. 바람이 몰고 온 피톤치드가 계곡에 머무는 것. 더욱이 계곡 주변은 물 덕분에 대기에 습도가 높아서 공기 흐름이 적어 피톤치드가 많다. 또한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서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잣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이 많이 심어져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숲 속에서의 놀이
가족끼리 산림욕을 하다 보면 심심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숲에 얼마 머무르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산림욕은 숲에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좋기 때문에 다소 심심하다면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숲 활동 프로그램으로 '코넬 교수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 교수법에 소개된 프로그램 가운데 아이와 즐길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보물찾기-나무열매나 새 날개 등 숲 속에 있는 보물을 찾아보는 놀이다. 새 깃털 하나, 가시가 있는 것 한 가지, 도토리 한 개, 자신의 손바닥보다 큰 나뭇잎, 나무열매 한 개 등 보물 리스트를 작성한 뒤 보물을 집어넣을 수 있는 손수건을 마련한다. 보물 리스트를 보면서 보물을 찾도록 한다. 예를 들어 '껍질'을 읽으면서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어디에 가면 있을까" 등으로 이야기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껍질'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소리 지도(Sound Map)-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지도'로 표현하는 놀이로 카드와 필기구를 준비한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문자가 아닌 기호나 사인으로 카드 위에 그림을 그린다. 자신이 그린 소리지도를 발표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놀이는 자연의 소리를 더욱 심도있게 느끼고 자신이 느낀 것을 공유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는 것이다.
▷내 나무예요(Meet a Tree)-숲 속에 있는 한 그루뿐인 자신의 나무와 친구가 되어보는 놀이다. 나무를 단순히 숲 일부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개성을 가진 생명체로 봄으로써 자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놀이다. 놀이를 시작하기 전 나무는 각각 개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와 친구가 되길 바라는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그런 뒤 손수건으로 눈을 가리고 천천히 '내 나무'를 향해 걸어간다. '내 나무'에 도착하면 촉각과 후각, 청각 등을 이용해 그 나무를 느끼면서 상상력을 키운다. 눈을 가린 채 충분히 그 나무에 대해 느꼈다면 출발 지점으로 다시 돌아온다. 눈가리개를 풀고 '내 나무'를 찾아 출발한다. '내 나무'를 발견하면 다시 한 번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 그 나무인지를 확인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사)한국숲유치원협회 대구지회 김정화 회장(수성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