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병을 알자] 침묵의 살인자, 상피성 난소암

소화불량처럼 배 더부룩…증상 느끼면 벌써 3기 '아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난소암의 예방법은 없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때 질식 초음파 검사를 함께 받아서 난소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난소암의 예방법은 없다.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을 때 질식 초음파 검사를 함께 받아서 난소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자궁 옆에 위치한 난소는 여성 호르몬을 만들고 배란을 해서 임신이 되게 하는 장기다. 여기서 생기는 난소암은 크게 ▷상피성 난소암 ▷악성 난소생식세포종양 ▷악성 난소기질종양의 3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이 중 악성 난소생식세포종양과 악성 난소기질종양은 10~30대의 젊은 여성에서 흔히 발생한다. 하지만 대부분 조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서 최근 완치율이 100%에 근접할 정도로 치료 성적이 좋다.

문제는 상피성 난소암이다. 앞서 3가지 부류 중에서 80~90%를 차지한다. 주로 40, 50대에 발생하고 초기에 증상이 없어서 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치료 효과가 아주 좋지 못한 암에 속한다. 의사들이 상피성 난소암을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만큼 치료도 어렵고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흔하면서도 치료도 까다로운 상피성 난소암에 대해 알아보자.

◆증상이 생기면 3기 이상 진행

난소는 위치가 외부와 차단된 복강 내에 존재하기 때문에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고, 진행이 돼서야 차츰 배가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되며,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오고 아랫배 쪽에 뭔가 만져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런 증상들은 소화불량처럼 막연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고, 복수가 차서 배가 불러와도 살이 찌는 것으로 생각해 지나치기 쉽다. 더욱 불행한 것은 이런 증상이 생겨서 일찌감치 병원을 찾아도 이미 3기 이상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결국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증상이 없을 때 질 안쪽에 기구를 넣어 검사하는 '질식 초음파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 검사는 비용 문제로 건강검진 기본검사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외국의 경우는 진단 당시 상피성 난소암 환자의 70~80%가 3기 이상에서 발견되지만, 우리나라 종합병원에서 치료받는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통계를 내어보면 3기 이상이 50%로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적고 1, 2기가 50%여서 외국에 비해 조기 발견율이 높다.

이런 차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40, 50대 여성의 과반수가 정기 검진을 잘 받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산부인과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는 여성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무리 상피성 난소암의 치료 효과가 나쁘다고 하지만, 1기에 발견되면 90% 이상 완치시킬 수 있으며, 2기에 발견되면 70~80% 완치시킬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생존율 높아져

우연히 초음파검사에서 난소 종양이 발견돼 병원을 찾거나 증상이 생겨서 병원에 가면, 먼저 전문가가 다시 초음파검사를 통해 종양의 악성 가능성을 평가한다. 이후 필요하면 CT, PET-CT 등의 검사로 수술 전에 추정 진단을 한다.

대개 종양의 악성 여부를 확실히 알기 위해 수술 전에 조직검사를 한다. 그러나 난소암은 조직검사를 해서는 안 되는 암이다. 이유는 상피성 난소암의 경우, 흔히 물혹이라고 불리는 물주머니처럼 생긴 구조 안에서 암세포가 자라는 형태이기 때문에 수술 전에 조직검사를 위해 기구로 찌르게 되면 종양이 터져서 복강 내에 암세포를 퍼트리게 되기 때문이다.

수술 전 초음파, CT 등의 검사 결과에서 난소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술은 개복술을 해야 한다. 이유는 자궁과 난소가 있는 골반강뿐만 아니라 복강 내 모든 장기와 조직을 샅샅이 뒤져서 암 조직을 확인해서 제거해야 하기 때문.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최윤석 교수는 "과거에는 3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이 20~25%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 병원과 의사에 따라서 40% 이상으로 높아졌고, 특히 육안으로 보이는 병변을 모두 성공적으로 제거한 경우는 50~60%까지 치료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치료 결과를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의사의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교수는 "가령 복강 내 난소암 전이가 너무 심해서 모두 제거하기 힘든 경우, 과거엔 수술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고 수술을 포기하고 항암치료만을 하거나, 수술을 해도 큰 조직만 제거해서 종양 크기를 줄이고 항암치료를 했다"며 "하지만 요즘은 의사에 따라 대장절제술, 소장절제술, 비장절제술, 전복막절제술, 간 부분절제술, 대동맥 및 골반 임파선 절제술 등을 동원해 최대한 육안으로 보이는 암 조직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난소암의 예방책은 없어

불행하게도 이런 대수술을 받아도 3기 말인 경우 모든 환자에게서 성공적인 암 조직 절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인 절제가 됐더라도 상당수 환자는 재발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거의 대부분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암치료는 3주 간격으로 모두 6차례까지 시행한다. 치료가 끝나면 주기적으로 재발 여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료 후 5년간 재발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완치됐다고 봐도 될 정도로 대부분 재발은 5년 내에 나타난다.

재발했다면, 그 시기가 항암치료 후 언제냐에 따라 치료가 달라진다. 항암치료 후 첫 6개월 이내 재발의 경우 추가적인 수술은 의미가 없다. 항암제를 바꿔서 치료를 하는데, 이런 경우는 치료 효과가 매우 떨어진다.

항암치료 후 6개월 이상 지나서 재발하는 경우, 먼저 수술적 절제가 가능하면 재수술을 하고 처음에 썼던 항암제를 다시 사용한다. 이런 경우엔 재발한 병변의 개수, 위치와 재발 시기에 따라 상당수 다시 완치가 될 수도 있다.

난소암을 예방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없다. 최윤석 교수는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했던 여성이나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에게서 난소암 발생률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임신을 하지 않고 배란을 오랜 기간 계속 하는 것이 난소암 발생과 연관된다는 것은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국내의 난소암 발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혼인을 하지 않거나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출산을 적게 하며 ▷수유를 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움말=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최윤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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