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갈대꽃/이정록

갈 때 되면

하늘을 자꾸 올려다보니께

하늘 좀 그만 쳐다보라고 허리가 꼬부라지는 거여.

하느님도 주름살 보기가 민망할 거 아니냐?

요즘엔 양말이 핑핑 돌아가야.

고무줄 팽팽한 놈으로 몇 족 사와야겄다.

양말 바닥이 발등에 올라타서는

반들반들 하늘을 우러른다는 건,

세상길 그만 하직하고 하늘길 걸으란 뜻 아니겄냐?

갈 때 되면, 입 꼬리에도 발바닥에도

저승길인 양 갈대꽃이 허옇게 피야.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이정록 시인의 작품입니다. 근래에는 그 자체가 학교일 수밖에 없는 어머니로부터 배우는 삶의 지혜를 시로 풀어내고 있지요. 스쳐 지나듯이 던지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명강의입니다.

어머니는 허리가 꼬부라지거나 양말이 자꾸 돌아가는 일상적 경험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내고 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툭 던지는 어머니의 말은 큰 스님의 법어처럼 늘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요.

이것은 기본적으로 시인의 일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기본적으로 시인이라 할 수 있지요. 연륜을 쌓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소한 것으로부터 소중한 의미를 읽어내는 시 쓰기일지도 모릅니다.

시인'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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