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채널] "여기, 우리 아직 살아 있어요" 철거촌 길고양이의 삶과 죽음

KBS 1TV '환경스페셜' 20일 오후 10시

전기도, 수도도, 인적도 끊긴 서울 도심의 한 철거촌. 밤이 되면 폐허 곳곳에 작은 생명들이 나타난다. 모두가 떠난 곳에 살고 있는 잊혀진 생명들. 생애 처음으로 '집'을 갖게 된 '길고양이'들이다.

KBS1 TV '환경스페셜-철거촌 고양이' 편이 20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길고양이는 길에서 태어나 평생을 도시의 잉여 존재로 떠돈다. 도심 건물의 작은 틈조차 허락되지 않는 고양이들에게 사람들이 떠난 철거촌은 그들을 위한 유일한 공간이다. 고양이들은 영역에 대한 집착이 강해 살던 지역을 좀처럼 벗어나지 않는다. 다 큰 고양이들은 먹이를 찾아 떠나기도 하지만 어린 새끼들은 굶주림과 질병, 공사 장비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한다.

'환경스페셜'은 사람에 의해 길들여지고 사람에게 버려진 철거촌 길고양이들의 삶을 9개월 동안 밀착 취재했다. '해를 품은 달'로 유명세를 탄 아역 탤런트 김유정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서울시 마포구 대흥동의 한 철거촌. 사람이 떠난 빈 집을 차지한 건 길고양이들이다. 사람들이 폐허라고 부르는 곳에서 고양이들은 먹고 자고 새끼를 낳는다. 흔한 쓰레기통 하나없는 철거촌에서 굶주린 고양이들은 행인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한다. 그마저도 힘들어지자 극한 상황에 몰린 고양이들은 비둘기를 사냥한다. 생후 2개월 남짓한 새끼 고양이마저 풀밭에서 곤충을 잡는다. 철거촌의 고양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영역에 대한 집착과 함께 철거촌의 공사가림막이 담장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철거촌의 고양이들은 탈수와 영양실조, 감염에 시달리다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죽어간다. 애완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0~15년이지만 길고양이는 5년을 넘기기 힘들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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