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계속 지끈지끈 아픈데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깨가 묵직하고 잘못 돌리면 쿡쿡 쑤시는데 누가 잘해요?" "무릎 뒤쪽에 힘줄이 끊어진 것 같은데 누구한테 가야 합니까?" "임플란트는 어디에 가면 싸고 잘해요?"
하루에도 두세 통씩 이런 전화를 받는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전화를 받는 자체가 힘든 것은 결코 아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기쁜 일이다. 골치가 아픈 이유는 도움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료분야를 3년쯤 취재했으면 어느 분야에 누가 잘하는지 당연히 알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유명하다고 소문난 의사는 꽤나 알고 있다. 진료 및 수술건수나 논문 발표, 다른 환자들의 평판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문제는 객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가령 'A의사는 10년간 몇 건의 수술을 했는데,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수술 성공률은 몇 퍼센트이며, 수술 후 완쾌 환자는 몇 퍼센트이다. 만성질환을 주로 보는 B의사는 최근 5년간 관리 환자의 숫자가 얼마나 늘었고(또는 줄었고), 환자 만족도는 몇 퍼센트이다'라고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얼마 전 만난 대학병원 의사 두 명의 대화다. "잇몸에 문제가 있어서 A교수한테 갔습니다." "아니, 그 사람한테 왜 갔어? 별로라고 소문났던데." "그래요? 그럼 B교수는 어떻습니까?" "그 사람이 그나마 낫다고 하던데…."
대화를 듣던 기자는 "같은 병원에 있는데도 누가 잘하는지 모릅니까?"라고 물었다. 질문을 받은 두 의사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어떻게 답해야 하나 싶어 난처하기도 하고, 뜬금없이 곤란한 질문을 한다 싶어 얄밉기도 하다는 오묘한 표정. 그러더니 대뜸 이렇게 되물었다. "우리 과목은 알지만 남의 과목은 잘 모르지. 그런 건 기자가 알고 있어야지. 흠흠."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병원별 암수술 사망률을 공개했다. 결과에 따라 병원마다 희비가 엇갈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의사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정작 본인은 그다지 명의도 아니면서 1등급 병원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덩달아 1등급이 된 의사가 있는가 하면, 비수도권의 중소병원에 있다 보니 제 실력이 드러나지 않아 안타까운 의사도 있을 것이다.
의사야 그렇다 치고 환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1등급 병원에 가면 모두 1등급 의사라고 믿어야 하는가?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공개된 심평원의 암수술 사망률에 대해 '의료기관' 단위가 아닌 '의사' 단위로 공개해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쉽게 말해서 1등급 대형병원의 경우 위암'대장암'간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여러 명인데, 어떤 의사는 연간 수백 건씩 수술하지만 일부는 연간 10건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의사 이름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게다가 암 종류별로 위암 51.6%, 대장암 52.6%, 간암 46.1%에 달하는 의료기관들이 수술 건수가 연간 10건 미만을 기록해 '등급제외'로 분류됐는데, 과연 이런 곳에서 해당 수술을 받아도 될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도 했다.
7개 질환군에 대한 포괄수가제가 내달 실시되고, 내년쯤엔 대학병원급에도 확대될 예정이다. 기왕 같은 돈을 내고 수술 받는다면 더 잘하는 의사를 택할 수 있어야 한다.
포괄수가제가 되면 건강보험공단에 돈을 청구할 때 '의사 이름'이 들어간다. 지금까지는 의료기관 이름만 들어갔다. 의사별로 진료 실적을 공개할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과연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어떤 과정으로 가공돼서 국민에게 공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누가 용하다 카던데' 시대는 끝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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