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대구를 아십니까?

작가는 아이템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와 같은 직종이라 짬이 나면 나도 모르게 눈이 사방팔방 주변을 휘젓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나 운전을 하다가 정차 중일 때는 주변 건물부터 대형 전광판, 그리고 거리를 나부끼는 형형색색의 플래카드가 좋은 볼거리의 근원지다. 플래카드는 그중에서 본인에게는 가장 하급의 볼거리요, 정보원이다. 공연 소식이 대부분인데 가기에는 너무 고가이거나 아니면 애 딸린 아줌마가 가기에는 너무 고급스럽거나 양극의 선택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요즘 눈에 띈 플래카드 하나! 볼 때마다 기분이 즐겁다. '대구 근대골목, 한국 관광의 별이 되다'란 글자가 전부인 흰 바탕의 단조로운 플래카드가 그것이다.

그렇다! 대구 근대골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서 주최하는 '2012 한국 관광의 별'(장애물 없는 관광자원 부문)에 최종 선정됐다. 남이섬, 담양 죽녹원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유명 관광지와 경쟁하여 2012 한국 관광의 별이 됐다는 사실은 더욱 어깨가 으쓱거려지는 대목이다.

동산선교사주택, 3'1만세 운동길, 계산성당, 이상화'서상돈고택, 영남대로, 약령시, 진골목 등에 남겨진 근대 역사의 흔적은 볼거리에 그치지 않고 사색의 공간이라 더욱 좋다. 또한 교통 약자들도 관람하기 편안한 코스라 누구에게나 열린 관광지라는 점도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어쨌거나 이번 '대구 근대골목=한국 관광의 별' 선정 소식은 작가로서도, 시민으로서도 간만에 듣는 유쾌한 소식이요, 전 국민들이 대구를 새롭게 보는 전기가 될 것이다.

3년여 전쯤 제작한 '대구'에 관련된 방송이 문득 떠오른다. 방송은 '도시탐험대'란 이름으로 대구 알기를 주제로 삼고, 대구 곳곳을 탐험하며 대구의 과거와 현재를 확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방송으로 우리는 '대구 시민 자격 시험'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50문제의 문항을 제출하고 20대부터 60대의 다양한 연령층 50명의 시민을 초대해 시험을 치렀다. 그때의 문제 몇 개로 독자들의 대구에 대한 애정도(?)를 가볍게 테스트해 보시라!

1)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입니다. 남쪽에는 비슬산과 앞산, 북쪽과 동쪽으로는 팔공산이, 그렇다면 서쪽으로는 어떤 산이 자리하고 있을까요?

2) 대구에서 태어난 인물이 아닌 사람은 누구일까요?

① 이인성(화가) ② 김광석(가수) ③ 현진건(소설가) ④ 현제명(작곡가) ⑤ 김제동(방송인)

3) 1948년 열린 전국체전에서 100m, 200m, 400m 우승을 차지하고 100m 기록 11초 5로 당시 동양 최고 기록을 달성, 대구 체육의 위상을 높인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① 엄일룡 ② 엄삼룡 ③ 엄사룡 ④ 엄칠룡 ⑤ 엄팔룡

4) 대구읍성은 동서남북에 4개의 정문을 두었는데, 동문은 진동문'서문은 달서문'남문은 ○○○○○'북문은 공북문입니다. 대구 읍성, 남문의 또 다른 이름은?

5) 대구 시민들이 자금을 모아 직접 태양광을 이용,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 대구시민 햇빛 발전소 1호기가 위치한 곳은?

이쯤에서 5문항의 정답을 모두 아는 이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진다. 3년 전 시험의 평균 점수는 53점이었고 실제 출제를 맡았던 제작진의 평균 점수는 그보다 낮았음을 고백한다. 이 문제를 3년이 지난 지금에 뒤늦게 다시 열어보는 것은 대구 시민으로서 '대구가 가진 자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인정하고 찾았는가'란 반성에서 비롯된다. 당시 문제를 제출하면서 제작진 모두 대구 재발견에 설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2012년 한국 관광의 별이 된 대구. 하지만 근대골목이 다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는 것을 남이 찾아줄 리가 없지 않은가? 대구에 숨은 이야기, 그리고 잊힌 이야기를 우리는 이번 기회에 더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 김춘수의 시처럼 이름을 불러줄 때(의미를 알아줄 때)야 그것은 꽃이 되고 별이 되어 줄 것임이 분명하다.

참, 뒤늦게 빼놓은 것이 기억났다. 정답은 와룡산, 김제동, 엄팔룡, 영남제일문, 수성못이다. 어떤가. 알면 그곳이 새로워 보이지 않는가? 대구의 사람과 공간에 얽힌 이야기가 앞으로도 무한 가지치기를 이어가길 기대한다.

성교선/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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