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의 대구 유치가 확정된 지 1년이 지났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연구소로 설립되고 있는 뇌연구원은 대구시 신서동 첨단의료복합단지 내에 들어서며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이끌어 갈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원 설립 비용 1천600억∼1천700억원은 정부와 해당 지자체인 대구시 등이 부담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설립추진단이 구성되어 2014년 개원을 목표로 연구원장 초빙과 연구원 건축설계 등이 진행되었으며 연구원장 초빙과 건축이 마무리되면 구체적인 연구원 운영계획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년 동안 DGIST를 비롯한 대구 경북지역의 대학 연구소 및 병원들이 참여하는 뇌 관련 각종 국내외 세미나 및 심포지엄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개최되어 왔으며 2012년 7월에는 휴먼 프런티어 과학 프로그램(HFSP)으로부터 연구비, 펠로우십 등을 지원받는 세계적인 석학 300여 명이 참석하는 뇌과학 국제콘퍼런스가 엑스코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근 들어 뇌에 대한 연구는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 등의 기초과학 분야는 물론이고 의학'공학'인지과학 등의 다양한 분야가 복합적으로 참여하여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밝히고, 이를 통해 인간이 갖고 있는 물리적'정신적 기능 전반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려는 융합연구 분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과거에는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가 분자나 세포 수준에서 이루어져 왔다면 최근 눈부신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개체 수준에서 신경세포들의 연결망이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고위기능을 담당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더불어 자기공명영상(MRI) 및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과 같은 뇌영상 촬영기술이 발전하여 뇌의 구조와 기능 분석이 용이해짐에 따라 이미 99% 이상이 완성된 인간의 유전자 지도(gene map)와 견줄 수 있는 뇌 지도(brain map)를 완성하려는 노력이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뇌 지도의 완성은 인간의 뇌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 및 치료기술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뇌 메커니즘의 모방과 응용을 통해 인간의 두뇌와 유사한 지능형 기계를 개발하는 분야에 핵심적인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뇌 지도의 완성이 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밝혀내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가 뇌연구원 설립을 추진한 이유는 이처럼 뇌연구가 21세기 대표적 융합연구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뇌연구원 설립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과학'의학'교육'산업'문화 전반에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성공적인 연구원 운영을 위해 국제적 수월성을 원칙으로 연구를 위한 인적 물적 인프라를 결집하고 연구 역량이 우수한 국내 다른 지역의 연구기관과 개방형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공조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통해 연구원은 지역의 발전적 변화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연구원의 연구결과는 지역의 로봇산업, IT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핵심기술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지역의 첨단의료산업을 뇌질환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분야로 특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 때문에 지역 대학들의 기초과학 교육기반이 약해지고 있는데 이것을 재구축하는 데도 뇌연구원이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운영계획 및 기대파급효과와 관련하여 1990년대 초반부터 뇌연구원을 설립하여 연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구경북은 인간의 정체성을 인문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하여 연구했던 원효대사나 이황과 같은 역사적인 인물들을 배출한 지역이다. 신라시대의 원효대사(경북 경산)는 대승기신론서(大乘起信論書)를 통해 청정했던 사람의 마음이 살면서 오염되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사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을 깨달으면 본래의 청정한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조선시대의 이황(경북 안동)은 사단칠정론(四端七情論)을 통해 이(理)에 기초한 네 가지 이성적 마음과 기(氣)에 기초한 일곱 가지 감정을 인간의 심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계승하여 대구의 한국뇌연구원도 성공적 뇌연구 결과를 통해 인간 정체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내어 역사에 길이 남는 연구원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김태윤/계명대 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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