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러브 스토리

'스물다섯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녀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아름다웠고, 똑똑했습니다. 모차르트와 바흐, 비틀스, 그리고 저를 사랑했죠….' 이렇게 시작하는 소설 '러브 스토리'는 1970년에 발간된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였다. 이 작품은 아서 힐러 감독이 라이언 오닐과 알리 맥그로를 주연으로 영화화했다.

알리 맥그로는 당시 31세로 라이언 오닐보다 두 살이 많은 유부녀였다. 하지만 백혈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며 허락되지 않은 사랑에 빠진 여대생 역을 맡아 자신만의 매력을 남김없이 쏟아 냈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이라는 그녀의 대사는 아직도 유효하다. 또한 프란시스 래이 악단의 '눈장난'(Snow Frolic)이 흐르는 가운데 눈싸움을 하는 맥그로와 오닐의 모습은 많은 연인이 꿈꾸는 최고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러브 스토리'는 에릭 시걸이 영화 대본으로 썼다가 판매에 실패하자 다시 소설로 쓴 것이다. 당시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모기업인 걸프 웨스턴사가 매각을 계획할 정도로 재정이 어려웠다. 파라마운트의 젊은 제작 간부 로버트 에번스는 소설을 읽고 영화화를 결정했고, 대학생 역할을 하기에는 다소 나이가 많지만 자신의 부인인 맥그로에게 여주인공 역을 맡겼다. 출연료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러브 스토리'는 당시로서는 엄청난 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려 파라마운트를 재기시켰다.

산 뒤쪽으로 별이 쭉 늘어서 있는 로고로 유명한 파라마운트는 최근 창립 100주년을 맞아 과거 제작했던 영화의 주인공을 모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잭 니컬슨,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해리슨 포드,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층층의 계단마다 10여 명씩 앉아 있는 이 사진의 맨 윗자리에는 단 두 사람이 환한 얼굴로 우뚝 서 있었다. 올해 73세, 71세의 맥그로와 오닐이었다.

사실 '러브 스토리'를 빼면 이렇다 할 히트작이 잘 떠오르지 않아 이 두 사람이 유명 영화사의 대표 스타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파라마운트에서는 누구도 이들의 자리를 넘보지 못한다. '러브 스토리'가 없었다면 파라마운트의 100주년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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