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래전 땅속에 묻혀진 작품 발굴했나

조각가 이영섭 전 30일까지

▲이영섭 작
▲이영섭 작

땅을 파낸다. 그리고 자신이 모은 온갖 재료를 그 속에 넣어 굳힌 후 조각품으로 캐낸다. 이것은 조각가 이영섭이 최초로 고안해낸 방식인 '발굴조각'. 말 그대로 발굴하는 것처럼 작품을 완성하는 조각품이다.

이영섭의 첫 대구 전시가 갤러리 전 개관 8주년이자 이전 1주년 기념으로 30일까지 열린다.

매끈하고 현란한 갖가지 최첨단 재료들이 조각의 재료가 되는 현대미술에서 그의 작품은 오히려 의외다. 그가 '발굴'해낸 조각은 투박하고 거칠다. 돌의 느낌을 가지면서도 돌조각으로는 낼 수 없는 형태를 발굴조각 방식으로 극복해 다양한 형태를 만들어낸다.

그의 작품은 먼 시간을 건너온 조각품 같다. 정말로 오래전 사람들이 만들어 땅속에 자연스럽게 묻혀버린 조각품이 연상된다. 둥글고 넓적한 여인의 얼굴, 군더더기 없는 선으로 표현된 이목구비는 이영섭이 강조한 동양적 느낌이다.

조각의 거푸집이 '땅'이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땅은 그 지역의 지역성을 담아내기 마련이고, 그래서 그는 그 땅의 지역성을 작품에 담는다. 좀 더 폭넓은 땅을 작품에 담기 위해 작가는 전국을 무대로 작업실을 옮겨 다니며 작업을 한다. 작가는 그 땅을 보여주는 상징물을 조각품에 박아넣는다. 바닷가에서는 조개껍데기를, 도자기 가마에서는 도자기 파편을 박는다. 그의 조각품은 그 지역적 색과 향기를 그대로 담아내며 그 조각품은 그 자체로 자신의 고향을 이야기해주는 듯하다.

최형순 미술평론가는 "물과 불과 바람, 즉 풍상의 세월과 자연스러움은 그의 주요 조각 재료"라고 소개한다. 053)791-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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