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석에서] DIMF 개막작 '아리랑 판타지'

관객 공감 유도했지만 작품성은 '글쎄'

16일부터 18일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개막작 '아리랑 판타지'는 충분한 사회성과 현실성으로 관객에게 공감을 얻었지만 작품성 면에서는 의문 부호를 남겼다.

이 작품은 다문화가정 이야기다. 우리 사회 '소수'일 수밖에 없는 다문화가정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이 DIMF의 개막작으로 선정, 공연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어하는 보리의 집. 필리핀 며느리를 둔 시어머니 김말순은 며느리 이자벨을 항상 구박한다. 우리 말이 어눌한 필리핀 여성인데다 아들이 이자벨을 마중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속마음은 며느리에 대한 측은함과 사랑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보리는 학교에서 다문화가정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다. 이자벨은 시어머니가 항상 듣는 트로트 가요 '어머나'를 가지고 전국노래자랑에 도전한다. '어머나'를 통해 결국 그들은 서로가 사랑하는 가족임을 깨닫는다.

작품은 심각하고 무거운 주제를 전반적으로 유쾌하게 풀고 있다. 김말순의 친구 장단지나 이자벨의 노래자랑 출전을 돕는 무명가수 배기성 등 조금은 괴짜스러운 조연 덕분이다.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멸시당하는 필리핀 여성 이자벨이나 보리의 모습은 현실성도 담고 있다. 더불어 이 작품은 다문화가정은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라는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작품으로서의 '아리랑 판타지'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인터미션 없이 2시간 20분이나 이어지는 공연시간은 너무 길다. 전반부의 전개속도를 올려 공연 시간을 조금 줄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또한 연극적 색채가 강해 간간이 나오는 뮤지컬 넘버의 호소력을 떨어뜨렸다. 필리핀 여성 이자벨이 시어머니로부터 구박받는 장면이나 이자벨이 집에서 쫓겨나는 장면 등 몇몇 장면에서는 대사만 이어져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로 인해 뮤지컬 넘버가 마치 연극에 덧붙여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개막작은 DIMF의 얼굴이다보니 누구나 기대를 갖고 관람한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이 작품은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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