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파트 층간소음 해결 뾰족한 수 없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지자체, 중재·관계 개선 유도가 고작

지난달 7일 대구시청 환경정책과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구 수성구 파동의 아파트에 사는 김모(50) 씨가 "위층 소음 때문에 신경이 거슬려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청소기 돌리는 소리와 공구로 바닥을 치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고 하소연했던 것.

이에 환경정책과 담당자는 "아파트 특성상 생활소음이 발생할 수 있고 위층과 아래층의 생활 방식에 약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조심하는게 좋겠다"고 권고했을 뿐 뾰족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아파트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분쟁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정부, 지방자치단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쏟아지는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아파트 층간소음 민원은 182건으로, 2005년 45건보다 4배 가량 늘어났다.

아파트에서 층간소음이 발생하면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해당 주민의 이야기를 들어본 뒤 중재를 하거나 관계 개선을 유도하는 게 고작이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관리규약을 만들 때 층간소음에 관한 규제나 조치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규약 상 벌금을 징수하도록 만들어도 시행하는 곳은 전무하다시피하다.

대구 남구 이천동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소음 정도가 심해 벌금을 적용한다고 해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 사이에 얼굴을 붉히는 게 부담스러워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부탁하는 선에서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폭주하면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초보 단계다.

환경부는 지난 3월부터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설치해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 접수 및 상담을 시작했고 주민 요구가 있을 시 소음측정도 무료로 해 준다.

하지만 이는 서울 및 수도권 거주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는 대구에서 유일하게 녹원맨션(수성구 지산동)과 두산위브2001(북구 매천동) 두 곳에 '층간소음 시범운영아파트' 를 지정, 다음달부터 3개월 동안 층간소음 발생 사례를 수집하고 유형을 분석해 층간소음 대책을 마련할 때 활용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는 소음진동관리법을 적용하는데, 이 법에는 아파트 층간소음에 대한 규제 조항이 없다"며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내년 쯤에는 층간소음에 관한 대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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