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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인물] 베네치아의 사악한 지도자 엔리코 단돌로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치아 공화국은 6세기경 훈족의 침입을 피해 설립된 도시 국가로 1797년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망할 때까지 무려 1천 년 이상 존속했다. 탁월하면서도 교활한 외교술로 놀라운 생존 비결을 지녔으며 뛰어난 배 건조 기술과 상술로 지중해 해상 무역을 장악, 크게 융성했던 강소국이었다. 엔리코 단돌로는 베네치아의 생존과 번영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베네치아는 공화정이면서도 종신 최고 지도자인 '도제'의 통치가 결합한 독특한 정치 구조로 되어 있었다. 역대 125명의 도제 중 41대 도제인 단돌로는 사악하면서도 단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1107년경에 태어나 86세에 도제가 된 단돌로는 이미 시력을 잃은 노인이었다. 그는 4차 십자군 원정에 가담했으나 목표인 이집트 대신 헝가리와 비잔틴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했고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직접 군대를 지휘했다.

이로 말미암아 교황 인노첸시오 3세의 분노를 샀지만, 국가 이익이 우선이었던 단돌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학살과 파괴, 약탈을 일삼으며 비잔틴 제국의 8분의 3을 차지, 한때 존속했던 '라틴 제국'을 세우고 십자군과 거래해 크레타 등의 무역 기지도 얻었다. 1205년 오늘, 98세의 나이로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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