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안심연료단지 주민 역학조사 비용 타령

폐질환이 의심되는 대구 동구 안심연료단지 인근 주민 36명에 대한 역학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1인당 100만 원가량 소요되는 비용을 놓고 대구시와 동구청이 서로 부담하라며 떠넘기고 있어서다. 주민 건강과 환경 문제가 걸린 시급한 현안을 두고 시와 구청이 꽁무니를 빼고 책임을 미루는 것은 결코 온당치 못한 처사다.

대구시는 "조사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 보았지만 지원할 법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개인 검진에 시 예산을 쓴 전례가 없어 편법으로 지원했다가 형평성 등 다른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물론 관련 규정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한 예산 지원이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환경'보건 등 시민 건강과 밀접한 사안이라면 어떻게든 면밀히 궁리해 예산을 세우는 게 행정의 기본이자 당국의 도리다.

더욱이 소요될 비용이 전시성 행정이나 단체장 생색 내기에 들어가는 허튼 예산도 아니지 않은가. 시와 구청 살림이 아무리 궁색하다 해도 고작 수천만 원에 불과한 비용을 놓고 이리 재고 따지는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열악한 주거 환경이 주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따져보는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지자체들이 이리 예산 타령이나 하며 일을 늦잡치는 것은 책임 회피나 다름없다.

별 볼일 없고 귀찮은 일이라면 예의 법과 규정을 들먹이며 난색을 표하고, 크든 작든 조금이라도 공무원의 이해가 걸린 사안이라면 온갖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밀어붙여 성사시키는 게 공직 사회의 생리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이런 구태에 발목 잡혀 시민 건강과 안위가 위태해져도 이리저리 핑계 대며 최소한의 부담도 피해 가려는 지자체나 행정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