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만친구'하면 먼저 무엇이 떠올려지십니까?"
보통 '영일만친구'라면 1980년 가수 최백호 씨가 발표한 노래를 떠올릴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포항에서만은 영일만친구란 소리에 애주가들이 먼저 입맛을 다시기 마련이다. 2010년 처음 출시돼 어느덧 포항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막걸리의 이름이 바로 영일만친구이기 때문이다.
여타의 전통주와 다르게 영일만친구는 현대 과학으로 탄생했다. 포스텍 서판길 교수, 포항테크노파크 최웅규 책임연구원 등 연구진들과 포항탁주 조경용 전무, 동해양조장 양수길 대표 등 탁주전문가들이 2009년 12월부터 반년간 연구에 매진해 만든 작품이다. 당시 포항시는 쌀 소비가 줄어들면서 재고가 늘고 쌀값이 계속 하락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 연구진들에게 막걸리 제조를 의뢰했다.
연구진들은 그러나 단순한 지역 쌀 소비를 넘어서 획기적인 발명을 해내게 된다. 바로 포항지역 바닷가에서 주로 생산되는 우뭇가사리를 막걸리와 접목시킨 것이다. 한천이라고도 불리는 우뭇가사리는 소화를 돕고 막걸리의 목넘김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식이섬유의 함유율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막걸리의 전체 칼로리 양을 떨어뜨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또 놀랄만한 흡수력으로 장에서 부피가 커지는 까닭에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나 당의 흡수를 방해한다.
사실 우뭇가사리는 물에 잘 녹지 않고 젤리 형태로 남아 제품화시키기 어려운 품목이었다. 포스텍과 포항테크노파크는 나노화 기술을 통해 우뭇가사리를 3㎛(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로 분쇄해 이를 해결했다. 3㎛는 0.003㎜로, 일반 식물세포 크기와 비슷하다.
이렇게 탄생한 우뭇가사리와 포항 쌀의 영일만친구는 2010년 6월 12일 첫 출시됐다. 하지만, 진정한 영일만친구의 생일은 매년 8월 24일이다. 포항시와 북부해수욕장 상가번영회가 이날을 '막걸리데이'로 만들어 다른 술 대신 지역 막걸리의 소비를 홍보하고 있는 까닭이다.
영일만친구는 단맛이 조금 누그러졌을 때 마시는 것이 좋다. 생막걸리는 출고 후 36시간 정도 지나면 효모가 당을 섭취해 단맛이 사라진다. 이때 안주거리로는 기름진 음식이 찰떡궁합이다. 포항 구룡포과메기와 연일읍 부추작목반에서 생산된 부추전이 특히 좋다. 영일만친구를 한잔 들이켠 후 구룡포과메기를 마늘, 쪽파 등과 함께 김이나 생미역, 생다시마에 얹어 초고추장을 푹 찍어서 돌돌 말아 먹으면 일품이다. 구룡포과메기는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 함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며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어 숙취 해독에도 좋다. 체력 저하, 피부 노화 등 노화현상도 막아 준다. 부추전에는 단백질과 비타민B가 다량 함유돼 우울한 기분을 해소한다. 포항시 연일읍 부추작목반에서는 국내 최고 품질의 부추를 생산하고 있으며 연 매출액이 60억원에 달한다. 과메기, 부추전, 막걸리의 조합이 금상첨화이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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