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의 위세가 대단하다. 몇 년 전부터 웰빙바람을 타고 불고 있는 열풍에 힘입어 막걸리는 대표적인 서민의 술에서 한국 음주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격상됐다. 특히 지방마다 개성을 달리한 고유의 맛과 향을 뽐내며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싼 가격에 몸에도 좋은 웰빙시대 맞춤형 술이라는 것.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제조'유통업체, 막걸리주점 등이 급증하고 있다. 호텔이나 골프장은 물론 비행기 기내에도 캔 막걸리가 등장했고, 각종 공식회담 때도 만찬용 술로 각광받고 있다. 2009년부터는 수출길이 열리면서 지난해 수출액이 5천280만달러에 이르렀다. 막걸리가 본격적인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막걸리 전쟁 불붙어
막걸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대구경북에서도 막걸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역외 기업들의 대규모 공세가 시작된 가운데 지역기업들의 수성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순당은 이미 2009년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열흘 이내에서 한 달로 획기적으로 늘린 신무기를 장착, 대구경북 막걸리 시장에 진출했다.
이에 맞서 지역 막걸리 업계는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불로' 브랜드로 대구 막걸리 시장에서 7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대구탁주는 지난해 생막걸리인 '생불로'를 출시하며 공격에 나섰다. 대구탁주는 최근 전 공정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 제품 표준화에 성공했고, 지역시장 장악을 위해 아웃도어 업체와 공동 판촉전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구탁주 최종국 회장은 "대기업들의 진출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대구의 좋은 물을 사용한 지역 막걸리의 맛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며 "지속적인 설비투자와 품질관리로 지역 막걸리 시장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역의 대표적인 소주업체인 '금복주'도 막걸리 전쟁터에 본격 뛰어들었다. '참소주'를 내세워 지역 소주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50년 전통의 금복주가 '경주법주쌀막걸리'라는 브랜드로 18일부터 막걸리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경주법주쌀막걸리는 특히 금복주의 오랜 소주제조 노하우를 응용해 만든 살균 처리된 생막걸리이다. 살균 막걸리는 맛이 균일하고 장기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금복주는 이미 경주 공장에 분당 300병을 생산하는 대규모 설비 갖추는 등 지역 막걸리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나설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향토 막걸리의 대표상품화 운동
지역 막걸리에 대한 관심과 조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경제계를 중심으로 140여 가지나 되는 대구경북의 막걸리를 전국에 알리고 지역의 대표상품으로 키우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 대구경북 시도의회는 향토 막걸리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지역의 대표 상품개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대구시의회는 막걸리 거리를 위한 조례 발의 등을 추진 중이다. 향촌동과 같은 유서 깊은 곳에 대폿집이 늘어선 막걸리 거리를 조성해 대구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경북도의회 역시 지역별로 특화된 막걸리를 육성'발전 시킬 수 있는 지원조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막걸리 거리 조성, 지역 대표 막걸리 인증서 발급제 등을 포함한 '향토 막걸리 육성조례'를 준비하고 있는 대구시의회 정순천 의원은 "전주 등에서는 이미 막걸리 타운을 조성했고, 부산지역 금정산성 막걸리는 우리나라 '민속주 제1호'로 지정돼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서 경쟁력을 자랑하고 있다"며 "대구에도 지역의 맛과 멋을 대표할 수 있는 막걸리 상품을 키우고 막걸리 거리를 조성한다면 문화상품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 열풍 'up'
서민경기 침체와 고물가의 여파 속에서 막걸리의 인기는 꾸준히 상종가를 치고 있다. 지난해 소주와 맥주, 위스키의 소비량은 줄어든 반면 막걸리 소비는 크게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내수량은 36만5천509㎘로, 전년(33만7325㎘) 대비 8.4% 증가하며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건강주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해 막걸리 수출량은 전년 대비 47.6%나 늘어난 2만1천6㎘를 기록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8년 3천억원 규모였던 막걸리 시장은 지난해 4천200억원으로 40% 정도 성장했고, 올해에는 1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지속된 경기침체에다 지난해 물가 급등까지 겹치면서 값싸고 맛좋은 막걸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반면 고급 위스키나 맥주 등을 찾는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웰빙바람과 함께 막걸리 제조'유통'판매시장이 크게 확대되면서 막걸리 열풍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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