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미적이자 예술적 인간 교육과 행복한 삶

인간으로 태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아름다운 삶, 행복한 삶에 대한 가치 평가이자 판단의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행복이란 '물질적인 것'으로부터 주어지는가, 아니면 '정신적인 것'으로부터 주어지는가? 우리는 아름답다거나 행복한 삶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쉬이 그에 답하기 어렵다.

간혹 사람들은 '행복은 이러저러한 것'이라 규정한다. 즉, '행복은 돈이다'라든지, '행복은 물질적이자 심적 만족이다' '행복은 정신적 자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은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고, 그런 만큼 규정할 수 없는 것이다' 등등으로 규정하고, 그러한 규정을 마치 행복에 대한 전체인 양 받아들인다. 그리고 이것들에 견주어 자신이 정의 내리고 있는 행복이란 논제를 수정하거나 거부하기도 한다.

주목할 바는 앞선 경우 그 정의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에 의해 내려진 규정이자 정의냐는 것이며, 거기에 사적(私的)인 편견이나 선입견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만약 그 정의가 편견을 지닌 것이라면 행복한 삶의 유지에 있어 그것이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못한다. 거기에는 그들 개개인이 행복한 삶에 대해 '억견'(doxa)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그 정의가 삶의 방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의 부재나 행복한 삶에 대한 진정한 고민으로부터 도출된 규정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비록 '사치스러운 고민'이라 할지라도 행복한 삶의 원천을 예술이나 그와 관련한 미적 활동 영역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형상화된 논제에서 보자면 행복한 삶에 대한 접근이나 평가는 때때로 인간 교육이나 그 능력과 연계시켜 내리는 경우가 상존한다. 이른바 보편적인 우리의 인식능력으로서 '지적 능력'과 연계시켜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과연 행복이란 면모의 역할이나 기능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인간의 행복한 삶의 본래적 성격은 지적 능력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으며 상당 부분 그와는 거리가 있는 감성적인 '예술적' 능력이나 '미적' 욕구 충족의 능력과 상당 부분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아이의 지적 능력 성장 과정을 두고 볼 때, 어린이가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는 시기인 3, 4세쯤에 그들이 행하는 활동 영역은 예술적이거나 미적 활동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별로 없다. 인간의 성장 과정에 있어, 유아기 어린이들 대부분의 활동은 '춤추고' '노래하고' '그림 그리는' 일들로부터 시작하며, 또한 그러한 활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경향은 6, 7세에 이르는 유치원 과정까지 거의 같은 맥락을 유지한다. 앞서간 선지자들이 인간 교육에 있어 '인간의 미적 교육(美的敎育)'에 대한 중요성을 지적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유아기 이후부터는 실천적인 '예술적 활동'을 이성적인 '지적 활동' 영역보다 저급한 인간의 활동 영역으로 간주한다. 지적 발달이 활발해지거나 더욱 요구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예술적이거나 미적인 활동의 배제가 강화되는 것이다. 이는 어린이에게 언어(言語) 개념이나 수(數) 개념이 형성되면서 보다 형상화된다. 이로써 학교라는 제도 아래 이루어지는 교육을 받으면서 예술 교육의 중요성은 차츰 축소되고, 예술 활동을 폄하(貶下)하는 문제를 가중시킨다.

주목할 바는 우리의 감성적 활동이 지적 활동에 해가 될 수 없는 만큼, 우리의 지적 활동이 우리의 직관적 및 감각적인 예술적 활동에 은혜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직관적이자 예술적인 인식능력이나 지적 인식능력이 우리의 언어적인 표현 능력이나 예술적인 표현 능력을 배양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를 창의적인 사고 및 표현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예술에 대한 그릇된 관념 및 예술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에게는 예술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을 옹호하는 일방적인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통시적인 입장에서, '지적'이거나 '예술적'인 활동의 중요성을 모두 수용하는 '사고의 전환'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창조적'으로 이행하고 나아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준화/미학·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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