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1시 50분 대구 서구청. 정전 훈련을 예고하는 구내방송이 나오자 직원들은 하나둘씩 컴퓨터 작업을 멈추고 자리를 떴다. 오후 2시. 예비전력이 200만 kw 이하로 떨어졌음을 알리는 경보음과 함께 컴퓨터, 선풍기 등 전기용품과 실내등이 모두 꺼졌다.
청사 건물은 종합민원실을 제외하고 모든 불빛이 사라졌다. 창문이 없는 사무실은 대낮인데도 앞에 있는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어두워졌고 10여 분 지나자 더운 공기로 가득찼다.
이어 오후 2시 10분쯤 예비전력이 100만kw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가정한 심각단계 경보가 발령됐다. 구청 앞마당과 창문이 있는 사무실에 모인 직원들의 부채질이 빨라졌다. 일부 민원인들은 갑작스런 정전에 당황한 듯 "실제 상황이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같은 시각. 대구 북구 복현동 대백맨션에서는 단전으로 승강기에 갇힌 주민을 구조하는 훈련이 벌어졌다. 시범단전건물로 분류된 대백맨션 주민들은 승강기가 멈춰 서자 침착하게 비상구조 버튼을 눌러 구조를 요청했고 119구조대가 출동해 무사히 구출됐다.
주민 정윤자(61'여) 씨는 "전기부족에 따른 위기상황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도록 전기 절약을 생활화해야겠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정전대비 훈련은 오후 1시 30분 '준비-관심-주의단계'를 시작으로 오후 2시 냉방기와 조명·가전기기의 가동을 중단해야하는 '경계단계'로 이어졌다. 2시 10분부터는 '심각단계'가 발령돼 대규모 정전방지를 위한 계획단전이 실시됐고, 지역에 따라 승강기 갇힘 구조훈련, 교통통제 훈련도 실시됐다.
반면 대구시내 한 백화점에는 정전훈련을 예고하는 방송이 나왔지만 음악소리와 주변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10분 뒤 경보음이 울리고 훈련이 시작됐지만, 에스컬레이터와 일부 엘리베이터는 여전히 작동됐다. 매장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경보음을 듣지 못한 고객들은 쇼핑을 계속 했다. 이날 백화점은 정전훈련에 동참해 에어컨과 엘리베이터 일부를 멈추고 사무실 실내등을 껐지만 고객이 동요하지 않는 선에서 정전이 이뤄졌다.
중구 동성로의 각 매장에서는 정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문을 열어놓은 채 에어컨을 튼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은 "정전훈련을 한다는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형 제화 매장 점원은 "정전훈련을 알고는 있었지만 본사에서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실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반면 시내 한 분식점 주인 최영애(53'여) 씨는 "손님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전등과 에어컨을 껐다. 불편하지만 작년과 같이 정전사태가 또다시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이날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통해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500만kw의 전력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경부는 정전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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