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음 치유…새 사회코드 '힐링'…'웰빙'에서 정신적 건강으로

무위도식 여행…명상 캠프

22일 대구 중구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심리치유 관련 도서를 고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2일 대구 중구 한 대형서점에서 시민들이 심리치유 관련 도서를 고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취업과 직장, 자녀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현대인들이 상처치유와 극복을 위해 '힐링(healing'치유) 열풍'에 빠졌다. 이에 맞춰 힐링 관련 책과 TV 프로그램, 여행, 음식 등이 쏟아져 힐링이 새로운 사회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힘든 나에게 위로가 필요해"

지난해 2월 경북대를 졸업한 취업준비생 한모(25'여) 씨는 요즘 혜민 스님이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즐겨 읽는다. 최종 면접에서 여러 번 쓴잔을 마신 기억 때문에 머리가 복잡할 때 이 책은 큰 힘이 된다.

한 씨는 "'삶은 친구들과의 경쟁이 아닌 나 자신과 벌이는 장기 레이스다'는 문장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책 자체가 나를 치유해준다기보다 생각의 방향을 제시해 줘 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최근 '치유 서적'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20대를 위로한다면 최근에는 40대를 겨냥해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는 책도 나왔다.

직장인 이모(42'대구 달서구 진천동) 씨는 "아이들 교육비도 부담스러운데 아내는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눈치를 주고, 40대 가장들은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다. 갑자기 큰 병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는 친구들을 보면 남 일 같지 않고 이런 책을 읽으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에서도 힐링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유명 인사를 초청해 출세기나 성공기 대신 인생의 실패와 좌절을 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학생과 선생님, 아내와 남편, 시어머니와 며느리 등 소통 단절로 오해가 싹튼 집단을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음식도, 여행도 '힐링'이 대세

'힐링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회적 기업인 여행사 '노매드'는 '힐러'(healer)라고 불리는 심리치료사가 여행자들과 함께 동행한다. 또 도심 걷기, 인디언처럼 무위도식하기 캠프에서부터 미얀마와 인도 명상 여행 등 자신과 가까워지는 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노매드 김영아 대리는 "바쁘게 관광지만 둘러보고 쇼핑만 하는 여행은 오히려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한 달 평균 5~10여 개 단체가 힐링 여행을 신청하고 있으며 개인 여행자들도 많이 참가하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힐링 푸드'도 뜨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과 대구가톨릭대학병원에 있는 '닥터쉐프'(Dr.Chef)는 환자식으로 개발한 친환경 건강 식단을 제공한다. 화학조미료는 쓰지 않고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된 재료만 사용하는 이곳에서 환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약을 짓는 것처럼 임상영양사로부터 개개인 몸에 맞는 음식을 처방받아 맞춤형 식사를 할 수 있다.

김지호 경북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전에 유기농 음식을 먹으며 육체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well being)이 유행했다면 지금은 정신적인 치유로 트렌드가 옮겨갔다"면서 "도시 생활의 각박함과 스트레스가 예전에 비해 더 크게 다가오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위로받는 수단을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