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경선 룰 내홍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로 해야 한다' '완전국민경선제만이 민주주의 선거의 완성이다'는 등 말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실행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정말 좋은 제도인지 아닌지 따져보는 게 우선이다.
경선 룰을 두고 친박근혜계는 '정당 정치'라는 푯말을 들고 "정당의 대권 후보를 뽑는데 당원의 의견이 절반은 반영되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반면 비박근혜 진영(김문수'이재오'정몽준)은 '국민이 뽑는 후보'를 내세워 "일국의 대통령을 뽑는데 국민 여론이 가장 중요하지 않으냐"는 논리를 펴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선 룰 논란의 핵심은 미국식 완전국민경선제(open primary) 도입 여부다. 당원이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누구나' 정당의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제도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 정당의 공직 후보자 지명 방식은 세 가지로 나뉜다. 간부회(caucus), 대의원 대회(convention), 예비선거(primary) 방식이다. 대통령 선거는 코커스나 예비선거 방식이다. 여기에서 코커스는 일종의 당원대회로 당원들이 경선에 출마한 후보를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절차다. 예비선거는 당원 외에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데 이것도 참여자격을 제한하는지에 따라 개방형(open primary)과 폐쇄형(closed primary)으로 나뉜다. 개방형은 참여하는 유권자가 소속 정당이나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고, 폐쇄형은 정당 지지자라고 밝힐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현재 새누리당 대선 경선 룰은 '폐쇄형 예비선거'라 할 수 있다. 당원:대의원:국민:여론조사가 2:3:3:2로 반영되는 만큼 당원 절반, 국민 절반의 의견으로 후보를 뽑는 것이다.
일괄형 예비선거(blanket primary)도 있다. 개방형이나 폐쇄형은 하나의 정당만을 선택해 예비선거에 참여하는 것인 데 비해 일괄형은 모든 정당의 예비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다. 비박근혜 진영은 개방형과 일괄형이 혼합된 오픈프라이머리를 요구하고 있다.
일괄형은 미국에서 워싱턴,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 등 3개 주에서 실시됐다. 문제는 캘리포니아주와 워싱턴주의 일괄형 예비선거제도가 2000년, 2003년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당원이 아닌 유권자,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의사가 정당의 후보 결정 과정에 반영되는 것은 정당의 '결사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판단이었다. 현재 친박계가 염려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일괄형의 문제다. 국민 모두에게 후보 선택권을 주게 되면 상대 진영의 약한 후보를 뽑아 본인의 지지 정당에 유리하게 만들 수 있는 '역선택'이 가능해진다는 주장이다.
미국의 2012년 대선을 보면 민주당은 36개 주에서, 공화당은 35개 주에서 예비선거를 실시했는데 이 가운데 개방형은 두 정당이 20개 주에서만 실시했다. 이유는 이 예비선거제도의 단점에 있다. 경선 초반에 후보가 정해질 경우 다른 지역의 경선이 무의미해진다, 둘째, 경선에 대한 관심이나 참여가 점차 줄어든다. 셋째, 장기간의 경선 과정으로 선거자금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픈프라이머리에 수백억, 1천억여원이 소요된다는 지금의 논쟁이 오가는 이유다. 경선을 하면 대선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고, 매스미디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해 여론이 호도되기고 하며, 후보자 간 과열 경쟁으로 당내 분열도 초래된다고 보기도 한다. 물론 개방형 오픈프라이머리는 일반 유권자가 참여할 수 있어 민주성과 개방성을 지니면서 공천 과정의 민주성이 확보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대안도 나왔다. 전국 단위의 예비선거 실시를 정해진 날짜에 하거나 지역별 예비선거를 권역별로 묶어 순서대로 하자는 내용 등이다. 하지만 대선까지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룰을 적용하기에는 후보들 간에 합의를 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미국은 이 예비선거제도가 20세기 초에 도입됐고 1905년 위스콘신주에서 최초로 주법으로 제정됐다. 100년도 더 된 제도인 것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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