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최화성 지음/북노마드 펴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세 남자와 한 여자가 매물도로 3박4일 여행을 떠났다. 돈을 벌기 싫어 쓰지 않는 삶을 택하고 지리산으로 들어간 시인 박남준, 전 재산인 오토바이를 타고 지구 열 바퀴 거리를 떠돈 '지리산학교'의 시인 이원규, 생후 8개월부터 문신처럼 새겨진 바다를 기억하는 거문도의 소설가 한창훈, 전국의 마을에 깃든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차도녀'(차가운 도시여자) 최화성이 그들이다. 출발 직전까지 뭘 하러 가는지도 몰랐던 즉흥 여행, '땡기는 대로 놀아보자'고 결의하고 내디딘 매물도에는 깊고 푸른 바다의 향기가 가득했다.
이 책은 남해의 아름다운 섬 매물도의 겉과 속을 들여다본 여행 에세이다. 시인의 반짝이는 시심(詩心)과 소설가의 위트, 범상치 않은 삶의 이야기들이 감칠맛을 낸다. 섬의 풀 한포기, 미역 한 줄, 돌 하나까지 사랑한 여행자들은 먹잇감과 놀이감을 찾아내며 주민들과 교감한다.
여행자들은 육지와 바다를 전부 품고 있는 매물도의 특성을 활용해 여행 기간동안 먹을거리를 직접 해결한다. 바다에서는 거북손과 조개, 홍합을 따 끓여먹고, 산에서는 달래와 초피, 두릅을 딴다. 바다에서는 놀래기와 볼락을 잡아 회를 친다. 먹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세 남자의 문학적 감수성과 시와 소설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이어진다. 그들이 말하는 여행자와 관광객의 구별법은 간단하다. "10분 이상 주민과 대화를 나누었느냐"다. "여행은 사는 방식이 다르고 낯선 곳이지만 인생의 깊은 지점을 소통하며 미세한 교류를 나누는 거야. 관광은 방관이지. 예쁘네, 이게 끝이야."
경북 군위가 고향인 저자는 대구 중구의 '마당 깊은 집 스토리텔링 및 스토리지도 제작'과 본지에 인기리에 연재된 '낙동강 강마을 스토리 개발'에도 참여한 바 있다. 304쪽. 1만3천800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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