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원조/담비사 모요 지음/김진경 옮김/알마 펴냄
한때 한국에서는 아프리카 모기장 보내기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원조 기관에서 좋은 의도로 나눠 준 무료 모기장으로 인해 현지 모기장 업체는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원조의 대상'으로 본다.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자선 콘서트는 연례행사가 됐고, TV에서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이들과 내전으로 얼룩진 도시 풍경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동정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불과 60년 전만해도 에티오피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였다. 전후 한국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원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최빈국이었다. 그런데 원조를 받아 연명하던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에티오피아는 여전히 기아에 허덕이는 빈곤국으로 남아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걸까?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태어나 옥스퍼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그 원인을 바로 '원조'에서 찾는다. 원조는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전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인도주의적 재앙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원조로 인해 산업이 일어설 기회를 차단당하고, 부패한 정부를 지탱해주다보니 경제의 불투명성을 심화시켜 성장을 감소시키고 빈곤의 증가를 불러온다는 것.
모요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아시아 신흥시장들을 본받아 세계 채권 시장에 진출해 채권을 발행하고, 공공기반 시설에 대규모 직접 투자를 하는 중국의 정책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농산물에 공정한 자유무역이 시행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하며, 금융 중개기관을 키워야 한다고 밝힌다. "그동안 가지 않았던 길로 가야만 아프리카를 살릴 수 있다"는 서구의 허구에 대항하는 아프리카 경제학자의 절규다. 256쪽, 1만5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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