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두환 자료실, 옳지 않으며 폐쇄해야 한다

대구공고에 이 학교 동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료실이 설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입구에 '자랑스러운 동문 전두환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자료실에는 전 전 대통령의 상반신 흉상, 군복, 지휘도, 생활기록부 등이 전시돼 있다. 이에 대해 대구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공립학교 안에 내란수괴죄로 사형 선고까지 받은 인물을 치켜세우는 자료실을 설치한 것은 옳지 않다며 이를 폐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의 자료실은 대구시 교육청이 20억 원을 지원해 만든 3층 규모의 취업지원센터 위에 대구공고 총동창회가 시 교육청의 허가를 받아 증축한 5층에 자리 잡고 있다. 총동창회는 7억여 원을 들여 4, 5층을 증축했으며 4층에는 이 학교에 다녔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자료실도 마련돼 있다. 총동창회 측은 전 전 대통령을 미화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지낸 동문을 기념하려고 자료실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전 전 대통령의 자료실 설치는 잘못됐으며 폐쇄되어야 마땅하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 정변을 일으켰으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탄압해 내란수괴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또 대통령 재임 중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았으며 이에 대한 추징금 납부를 아직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인물을 동문이라고 해서 기념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학생들의 역사의식을 오도하는 등 비교육적 부작용도 우려된다.

전 전 대통령이 과거를 반성하지 않고 최근 행보에서 물의를 일으킨 점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전 전 대통령은 육사 발전 기금 행사에 참석해 육사 생도들로부터 사열을 받았다는 논란을 빚는가 하면 손녀가 호화 결혼식을 치러 입방아에 올랐다. 2010년 10월에 열린 동창회 체육대회 때에는 참석자들이 운동장에서 전 전 대통령에게 큰절을 올려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대구에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가 있는 것이 사실이며 대구공고 동창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서가 잘못까지 흐리게 할 정도로 맹목적이어서는 곤란하며 전 전 대통령과 5공 인사들의 몰염치한 태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살펴야 한다. 우리 사회에 그릇된 역사의식을 형성하는 점 역시 경계해야 한다. 대구공고 측과 동창회 측은 전두환 자료실을 폐쇄해야 하며 책임이 있는 시 교육청도 논란에서 발을 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는 데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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