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배 카파라치 도입…"여태 묵인하다 이제와서"

자가용 택배기사·상인들 "생존권 문제·물류대란 우려"

7년 전 중소기업을 그만두고 택배로 생계를 이어온 김모(45) 씨. 당장 며칠 후 닥칠 일을 생각하면 밤에 잠을 이룰 수 없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자가용 불법 택배차량을 단속해 벌금을 물리는 카파라치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는 "한 번 걸리면 50만원에서 70만원을 내고 재차 적발되면 가중 적용된다는데, 택배 기사 2명 중 1명이 자가용 택배기사들이다. 다 죽으란 말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자가용 택배차량의 신고포상금제도인 '카파라치' 제도 시행을 앞두고 택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자가용 택배차량의 운영은 불법이지만 택배 물량이 매년 급속하게 성장하는데 맞춰 정부가 2004년 이후 화물자동차 신규 증차를 제한하면서 암묵적으로 용인했기 때문이다.

택배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택배차량 2대 중 1대는 자가용 번호판으로 운행되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불법을 알면서도 방치할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철퇴를 놓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택배 카파라치 제도는 지난해 법률로 공포된 후 경기도와 서울시가 조례를 마련,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현재 16개 시'도가 국토해양부 법령에 따라 신고포상제 조례를 검토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해 물류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사실상 불법 택배차량은 정부가 양산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화물차업계의 과잉 공급으로 2003년 파업이 발생하자 2004년부터 화물차 허가제로 바꾸고 신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간 택배 사업은 급성장해 8년간 몸집이 3배로 커졌고, 만성적인 차량 부족에 시달렸다. 결국 '노란 번호판'이 아닌 '흰 번호판'을 달고 자가용을 이용한 불법배달을 시작하게 됐다. 제도가 시행될 경우 전체 택배 기사 3만7천 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만5천 명이 단속 대상이 된다.

배송 지연과 물류 대란이 불가피해진다는 것.

택배를 자주 이용하는 한 상인은 "꽃게를 전국에 택배를 이용해 배달시키는데 택배 기능이 줄어들면 영업을 어떻게 이어갈 수가 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정부도 단속 외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택배 업계에선 정부의 합리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택배기사 2만3천 명의 연대서명서를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등에 전달했고 20일에는 국토해양부 주성호 제2차관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 차관은 "잘 알겠다"는 요지의 말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택배시장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택배 차량 기준을 정해서 수급을 조절해야 하는데 여러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2003년 이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하다 이런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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