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 분석' 자료를 보면서 씁쓸했다. 단순히 대구경북의 투표율이 전국 평균보다 낮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선에만 관심을 보이는 지역의 정치구조와 유권자들의 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듯해서였다.
4'11 총선의 전국 투표율은 54.3%였다. 18대 총선 당시 46.1%에 비해 8.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부산(42.9%→54.6%)과 광주(42.4%→52.7%)에선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이에 비해 대구(45.1%→52.3%)와 경북(53.1%→56.0%)은 조금 오르는 데 그쳤다. 대구의 상승 폭은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저였고, 경북의 증가율도 9개 도 가운데 8위였다.
대구경북민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지 않은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터이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이슈 실종'이 아닐까 싶다. 김부겸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선전하면서 유일하게 전국적 관심을 모았던 대구 수성갑(55.5%)이 대구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대구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한 번도 전국 평균 투표율을 웃돈 적이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1995년 1회 64.0%, 1998년 46.8%, 2002년 3회 41.4%, 2006년 4회 48.5%에 머물러 항상 4~7%포인트 정도 낮았다. 급기야 2010년 5회 선거에선 45.9%로 전국 꼴찌를 기록하면서 전국 평균(54.9%)과의 격차가 9%포인트에 이르렀다. 당시 전국 최고였던 제주(65.1%)에 비해선 20%포인트 가까이 뒤처진 셈이다.
대구경북이 항상 저조한 투표율을 보여온 것은 아니다. 포항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전국 63.2%)에선 경북 68.5%, 대구 66.8%로 1, 2위를 차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출된 2002년 대선에서도 대구 71.1%, 경북 71.6%로 전국 평균 70.8%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일부 TK 국회의원은 '대구 출신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가 출마하는 이번 대선에선 최소 80%의 투표율은 나와야 체면이 선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유권자들이 '우리 동네 일꾼'을 뽑는 선거를 '남의 동네 일'처럼 무관심하게 된 데에는 국회의원들의 잘못이 크다. 지방의회 의원들을 생활정치의 동반자로 생각하지 않고, 중앙정치에 예속된 하부기구쯤으로만 여기면서 '내 사람 심기'에만 골몰한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지방 의원들의 꿍꿍이도 있을 것이다. 유권자들이 무관심할수록 개인의 명예욕을 이루기는 더 쉽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방의원 스스로가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방의회의 위상 추락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않다.
더욱이 대구시의회는 최근 전원 새누리당 소속이 됐다. 전국 16개 광역의회에서도 '독점'은 유일하다. 대선 정국에서 공(功)을 세워 2년 뒤 지방선거에서 다시 공천을 받겠다는 속내이겠지만 지방자치 발전이란 측면에선 분명히 마이너스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최근 '연금 포기' '세비 반납' 등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가장 큰 프리미엄인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목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이는 역대 국회에서도 계속 지적돼온 문제로 늦춰선 안 된다. 활발한 의정 활동 대신 '줄세우기'와 '줄 서기'에만 골몰하는 모습을 언제까지 유권자가 용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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