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를 겨냥한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이 다각화되고 있다. 은퇴자들을 위해 특화된 금융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것은 물론 은퇴 컨설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퇴직금 등 뭉칫돈은 물론이고 은퇴 이후 매월 받는 연금을 노린다는 속셈이다. 향후 3년간 50대 이상 퇴직자는 1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2020년이면 은퇴시장 규모도 현재의 3, 4배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포함해 금융시장에서 60대 이상 은퇴자들이 굴리는 자금 규모는 85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회사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예'적금 상품은 기본
은퇴자를 위한 예금상품을 가장 먼저 내놓은 곳은 하나은행이다. 2007년 보통예금과 정기예금,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부자되는 정기예금'의 경우 만 60세 이상 남성과 만 55세 이상 여성이 3천만원 한도에서 1년 이상 가입할 경우 비과세되는 상품이다. 또 자녀의 결혼 등으로 목돈이 필요해 중도해지하더라도 해지 수수료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은퇴자들이 기본적으로 받는 연금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만 50세 이상 고객을 위해 '신한 평생플러스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연금관리와 연 2.5%의 금리, 수수료 인하혜택을 모두 준다. 수수료 혜택에는 창구송금, ATM기 인출'송금, 인터넷뱅킹 수수료 면제가 포함되며 달러 환전 시 환율우대 혜택도 있다. 이런 혜택 덕분에 지금까지 2천670억원을 그러모았다.
KDB산업은행의 'KDB드림라이프 정기예금'은 만 50세 이상 고객이면 0.2%포인트의 우대 이율을 얹어줘 장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3년 만기의 경우 기본 이율 연 4.0%에 우대금리를 더해 최대 4.2%의 금리가 적용되며, 자산관리와 건강관리, 세무 및 법률상담 등의 서비스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이달까지 잔고가 2천35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은행은 만 50세 이상의 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공적연금 및 퇴직'개인연금 등 연금을 한꺼번에 모아 관리할 수 있는 'KB연금우대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자유입출금식 예금상품으로 4대 연금 등 연금수령 실적만 있어도 전자금융 타행이체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가 면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상품 역시 예'적금 잔액이 2천500억원을 넘었다.
NH농협은행은 좀 더 특화된 상품을 선보였다. 'NH희망채움 통장'은 홀몸노인을 상품 판매 대상에 넣었다. 사회공헌적 성격이 짙다. 적립식 예금의 경우 최고 연 4.3%의 이자를 준다.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지역은행도 지난해부터 관련 상품을 내놨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국민연금 9988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전담센터까지 만들어
사실 은퇴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곳은 보험사들이다. 보험사들은 앞으로 10~20년 안에 100세 고령자들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벌써부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연금상품을 비롯해 장기 저축성상품, 보장성 상품 등 상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보폭에 뒤지지 않기 위해 올 들어 잇따라 은퇴연구팀을 만들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3월 은퇴설계팀을 발족했다. 이달 중으로 영업점별로 1명씩 모두 1천200명을 교육해 은퇴설계 전문가로 키울 계획이다. 은퇴설계시스템도 오는 8월까지 영업점, 인터넷, 모바일 등을 통해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지주 산하 은퇴연구소 설립도 준비 중이어서 그룹 차원의 전방위 공세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 밖에도 하나은행은 이미 올 초 은퇴설계시스템을 구축해 연간 100명의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도 올해 초 각각 은퇴연구팀과 은퇴연구소를 만들었다.
증권사들도 은퇴시장 공략을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 3월 은퇴설계시스템을 열었다. 1천100명의 프라이빗뱅커(PB)는 이 설계 시스템을 통해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은퇴설계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지난해 9월 설립한 '100세대 시대 연구소'도 자산관리방법의 전환을 강조하며 수익률을 무기로 고객 모시기에 혈안이다.
대우증권도 '미래설계연구소'를 설립하고 주기적인 보고서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하나대투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 한화증권, 현대증권 등도 퇴직연금, 개인연금, 국민연금, 주택연금에 대한 연금자산의 총체적 관리에 주력하는 은퇴시장 전략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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