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 광장] 한국의 美人

지난 12일 경북 상주시 북천시민공원에서 '미스 경북 선발대회'가 열렸다, 1만여 명의 상주시민, 경북도민이 몰려 대성황을 이뤘다. 상주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파가 모인 것은 근래 드물다고 한다.

경상북도와 상주시가 후원하는 이번 미스경북선발대회는 예년보다 시민들의 반응도 뜨겁고 관심도도 배가된 느낌이었다.

특히 1970년대부터 뽕'누에뿐 아니라 생사'원단까지 만들어 온 전국 유일의 도시 상주시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더욱 뜻 깊은 대회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사이클 선수들의 불의의 교통사고로 상주시 전체 분위기가 많이 다운되어 있었지만 그날 현장을 찾은 관광객들과 참석 주민들에게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한 셈이고, 상주시민에게는 평생 기억될 만한 이벤트를 제공한 계기가 됐다.

이번에 당선된 미스 경북 진, 선, 미는 내달 6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되는 미스코리아 본선대회에 출전해 타 지역 당선자들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미스코리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의 사절이라는 타이틀! 하지만 지금은 미인대회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과 여성성을 상품화한다는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심해져 미스코리아대회의 발전과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공중파 방송에서도 미스코리아 대회를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방송사가 자본주의의 획일적 미(美)를 조장한다는 여성단체들의 항의와 목소리에 쉬쉬하고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러한 시대적 빈틈을 타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변종된 미인대회는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이나 영상물 등을 통해 여성의 성적인 아름다움을 상품화하는 현상까지 일반화되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를 통한 불법 동영상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흔들어놓고 미의 기준을 파괴시키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미인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전국 곳곳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미인이 탄생한다.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 많기도 하다. 셀 수도 없을 정도다.

200개도 넘는 전국 시'군'구에서 경쟁하듯 지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향토 축제를 열고 있다. 미인대회는 주요 이벤트다. 심지어는 1년에 3차례 이상 미인대회를 여는 지자체도 있다. 한 대회에서 진, 선, 미를 포함해 우정상, 인기상까지 6, 7명의 미인을 선발하니, 전국적으로 각종 미인대회에서 뽑히는 사람의 수만 해도 상당수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협회, 기업체, 일반 단체에서 시행하는 미인대회 당선자들의 수만 합쳐도 어림잡아 수백 명에 이른다.

1980년대부터 지자체에서 향토미인대회를 개최하고 기업체에서 이벤트식으로 미인선발대회를 진행한다. 참가자들은 대회 참가 의의를 연예계 진출의 교두보로 생각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주최 측은 대회 유치를 위해 무리하게 실속 없는 잔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검토하고 개선할 필요도 있다.

앞으로는 이런 각종 다양한 미인대회는 미의 객관적 기준을 평가하고 대중이 함께 참여하고 응원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미를 대표하는 미인대회인 미스코리아가 지상파를 통해 대중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서고, 대중과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획 아이템이 필요할 것이다.

공중파를 탔다고 해서 미스코리아대회를 성 상품화라고 비난하고 여론몰이를 하고 흑색선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중은 TV라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미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응원하며 즐길 권리가 있다. 물론 미스코리아 대회가 다시 국민의 관심을 끌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예전 같은 시대가 올 수 있게끔, 주최 측에서도 다양한 기획을 통해 혁신을 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더불어 국민들 역시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전하고 지성을 겸비한 미의 대표주자인 미스코리아에 대해 많은 사랑과 관심을 가져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인! 한류의 중심인 연예사업뿐 아니라 한국의 미까지 세계 중심에 서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박문희/경산1대학교 교수·방송연예연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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