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주,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현재 임금으로는 최소한의 생활권조차 누리기 힘들다며 파업을 택했다. 노동자도, 사업자도 아닌 이들의 힘든 삶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정말 살기 힘들까?
화물차주들은 자신들을 '돌려막기' 인생이라고 말한다. 빚을 지지 않고 정상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비조합원 대부분이 이번 파업에 동참한 것만 봐도 실상을 알 수 있다는 것.
25t 화물차주의 사례다. 포항에서 화물을 싣고 인천으로 갈 때 받는 운송비는 48만~50만원 선이고 인천이나 경기도에서 짐을 싣고 포항으로 내려오면 33만~35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1박 2일로 포항에서 인천을 다녀오면 80만원 안팎의 수입이 생긴다.
하지만 유류비만 50만원 이상 빠지고 도로 통행료 5만원과 식대 등 직접 비용을 제하고 나면 실제 손에 쥐는 것은 하루 10만~12만원, 1박2일 왕복으로 쳐도 20-24만원 정도다. 일감이 매일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달 평균 10~12번뿐이어서 월수입은 200만원이 약간 넘는다.
게다가 대부분의 화물차주들은 차량을 대출로 구입해 할부금을 내야 한다. 1억5천만원인 25t 차량의 경우 할부로 구입하면 월 250만원에서 300만원이 할부금으로 나간다. 한 달 번 돈을 몽땅 할부금으로 넣어도 모자란다.
오한기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새 트럭, 외제 트럭을 운행하는 차주를 보면 '돈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빚이 많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5t이나 10t 정도의 작은 화물차는 운송료가 낮아 더 힘들다"고 말했다.
◆차주 요구 무리한가
화물차주들의 등골을 빼는 것은 유류비다. 운송비의 60% 이상이 기름값으로 빠지기 때문에 돈을 모을 수가 없다. 화물차 신차의 경우 경유 1ℓ당 2.7㎞를 운행할 수 있다. 연비가 아주 낮다. 트럭이 오래될수록 연비는 더 낮아진다. 그래서 이들은 파업까지 하면서 '운송료 30% 인상'과 '기름값 인하'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운송료가 30% 인상되면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4인 가족 기준으로 최저임금 수준 정도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화물차주들의 고통은 지입차(운수회사 명의로 등록된 개인차) 제도가 생기면서부터 심화됐다.
지입차주들은 개별 사업자등록을 하고 화물 운송을 해야 했고, 화주사에서 운송 물량이 나오면 최저 단가를 적어낸 차주에게 운송을 맡기기 때문에 운송비 덤핑 등 과당경쟁이 빚어진다.
물동량보다 화물 차량이 월등히 많기 때문에 화물차주들은 단가가 맞지 않아 적자를 보더라도 트럭 할부금을 갚기 위해 운송료를 내려 물량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1990년 지입차 제도가 적용되기 전엔 운송료가 지금과 큰 차이가 없었던 반면 기름값은 ℓ당 600원 정도에 불과해 저축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과당경쟁과 기름값 급등으로 생계조차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운임을 따내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알선소를 거쳐야 하는 것도 화물차주의 불만 중 하나다. 포스코 등 화주사에서 80만원에 나온 운송비가 여러 알선소를 거치면서 수수료가 빠져 50만원짜리로 준다.
한 화물차주는 "불법이지만 알선소 두 단계 이상을 거쳐야 화물을 배차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30만원 정도가 수수료 명목 등으로 사라진다"며 "사실 알선소 단계가 줄어 수수료만 적게 빠져도 파업할 일이 없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임대료 체불금만이라도…
건설기계(중장비) 기사들도 적은 일감에다 임대료를 30%가량 떼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는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건설기계노조 총파업에 참가한다. 17개 지회 중 3, 4개 지회를 빼고 모두 파업에 동참한다.
건설노조의 요구는 '일당의 현실화'다. 건설노조원들은 IMF 이후 물가는 50% 올랐지만 임금은 오히려 25% 삭감돼 평균임금이 표준 생계비의 40% 선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경식 대경건설기계지부 조직부장은 "건설노동자들은 고강도 노동과 만성적인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주듯이 별도의 통장을 만들어 지급할 수 있는 법적 조치를 마련하는 등 일당 현실화, 체불방지 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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