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행] 경북 울진

5백살 소나무 아래 아홉굽이 왕피천

울진이 넓긴 넓다. 덕구온천에서 후포항까지 내비게이션으로 찍으니 거리가 70㎞ 정도 나왔다. 넉넉잡고 1시간이 소요됐다. 군 단위인데도 아마도 대구광역시 끝에서 끝까지 가는 것보다 더 멀게 느껴졌다. 2박 3일을 머물러도 볼거리'먹을거리'즐길거리가 충분했다.

울진은 팔방매력을 지닌 곳이다. 골프장은 아직 한 곳도 없지만 오지마을과 깊은 산 금강송 숲과 천혜의 자연휴양림, 그리고 전국적으로도 알아주는 덕구온천과 백암온천, 후포항'죽변항을 따라 움직이면서 즐길 수 있는 온갖 해산물이 있다.

울진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보자. 보면 볼수록 더 빠져드는 매력을 간직한 곳이다. 울진군 후포면에 살고 있는 지우효(38) 씨는 "울진은 대구에서 조금 떨어졌지만 1박 2일로 오기에는 딱 좋은 곳"이라며 "저 역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있을 정도이다. 구경거리가 곳곳에 가득하다"고 자랑했다.

◆굴구지 산촌마을

왕피천 아홉굽이를 돌아서 만나는 원시의 자연이 바로 울진군 근남면 구산3리 굴구지 산촌마을이다. 국도를 타고 한참을 가서 또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들어가니 왕피천이 나왔다. 그리고 굴구지 산촌마을이 호젓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찾아간 날(이달 17일)은 장날이었다. 때마침 마을 주민들이 주최가 된 왕피천피라미축제의 마지막 날이었다. 곳곳에는 어린이들이 뜰채 그물을 들고 피라미를 잡고 있었고, 원시자연의 하천 주변에는 각종 행사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노래마당을 걸판지게 벌이고 있었다.

굴구지 산촌마을 남중학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투자를 해서 펜션을 짓고, 축제도 열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 살 수 있는 것 분명 축복"이라고 말했다.

굴구지 산촌마을은 제법 유명한 곳이다. 친환경 농사를 짓고, 우리나라 최대의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선정돼 언론에도 한 번씩 등장했다. 봄이 되면 논두렁, 밭두렁, 돌담길 아무데나 냉이, 달래, 씀바귀 등 나물이 자라고, 산에 가면 향긋한 나무향기 속에 취나물, 고사리, 더덕, 산도라지 등을 채취할 수 있다.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의 숙소 걱정도 필요없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투자한 산촌펜션이 곳곳에 있으며, 현재 짓고 있는 아름다운 펜션도 있다.

굴구지 8경도 빠뜨릴 수 없다. 굴구지 산촌마을이 있는 원시자연의 왕피천을 필두로 굴구지 금강소나무숲, 구산리 삼층석탑, 이심소, 청암정, 칠성봉, 용소, 학소대가 8경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1박을 하면서 모두 둘러보면 좋다. '원시 자연이 이래서 좋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곳이다.

◆울진의 명품길! 금강송 숲길

소나무 사진작가로 유명한 장국현 씨가 찍은 울진의 대왕소나무를 본 적이 있다. 사진으로만 봐도 입이 떡 벌어져 할 말을 잃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보면 그 느낌이 어떨까? 하지만 단박에 대왕소나무(수령 750∼1천 년 추정)를 본다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었다. 애당초 이 대왕소나무가 울진의 자랑인 금강송 숲길의 인근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금강송 숲길과는 다른 방향인 조용한 산사를 지나 산 중턱 굽이굽이 깊은 곳에 주변 소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은밀한 명소에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대왕소나무를 보겠다는 욕심은 접어야 했다.

그렇지만 대왕소나무에 필적하는 500년 정도 수령을 가진 '영혼'이 깃든 소나무들은 금강송 숲길에서 볼 수 있었다. 30m의 장대한 높이도 놀라웠지만, 수백 년의 세월을 버텨온 나뭇가지들이 용틀임을 하듯 꼬여서 옆으로 뻗은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이곳의 안내를 맡고 있는 숲 해설가들도 "울진의 소나무들은 전 세계적으로 명품 중 명품"이라며 "CNN에서 선정한 세계 50대 명품 트레킹 장소로도 소개될 정도이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 금강송 숲길은 왕복 1시간 30분 남짓 오르내리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20∼30m 쭉쭉 뻗은 금강소나무들 사이로 간혹 등장하는 400, 500년 된 소나무들이 시각적으로 즐겁게 해 준다. 그리고 숲길 왼편으로 깎아지른 절벽 위에서 자라고 있는 소나무들도 아찔하며 장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울진 금강소나무는 그 재질부터 달라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도 궁궐을 짓는 나무로 쓰이고 있다. 금강소나무는 나무 속 밀도가 일반 소나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아서, 재질이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다. 빛깔도 뛰어나다. 현재 국보 제1호인 남대문 복원에도 이곳 울진의 금강소나무가 사용되고 있다.

숲길 입구 바위에 새겨진 안도현의 시가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울진 금강송을 노래함'. "소나무의 정부가 어디 있을까?/ 소나무의 궁궐이 어디 있을까?/ 묻지 말고, 경상북도 울진군 서면 소광리로 가자!"

이 소광리 일대는 자연유전보전지역으로 선정돼 있으며, 이 숲길은 '에코 투어가 이끄는 금강소나무 생태림'으로 홍보되고 있다. 아차! 한 가지 알아둬야 할 일이 있다. 이 숲길을 걷고 싶다면 미리 남부지방산림청 금강소나무 숲길 홈페이지(http://www.uljintrail.or.kr)에 신청을 한 뒤, 입구에서 숲 해설가의 안내를 받아서 관광해야 한다.

[Tip] 금강소나무 숲길로 들어가는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압권이다. 불영계곡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통고산 자연휴양림, 숲길을 가면서 보는 쭉쭉 뻗은 금강송 등이 30㎞에 이르는 깊은 산속을 달리게 된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굴구지 산촌마을''금강소나무 숲' 등으로 검색하면 이곳을 찾을 수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