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재용의 에세이 산책] 애국가 봉창(奉唱)

애국가 봉창! 선생님의 명이 떨어지자 연단에 선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아이들은 애국가를 불렀다. 원래는 4절까지 다 불러야 했으나 보통 2절과 3절은 생략했다. 교가 제창(齊唱)! 애국가를 부른 아이들이 이번에는 교가를 불렀다. 어린 아이들은 봉창과 제창의 차이를 알지 못했다. 단지 애국가는 봉창이고 교가는 제창이라고 알 따름이었다.

뒤를 이어 교감선생님이 연단에 나서서 혁명공약을 낭독했다. 여름과 겨울, 계절과는 상관없었다. 살을 에는 겨울 아침, 꿰맨 양말 두 겹을 겹쳐 신었지만 발가락은 이미 얼어서 감각이 없었다. 정권을 잡은 군인들이 내린 지침을 어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록 초등학교일망정 매일 아침 전교생이 참가한 운동장 조회를 반드시 거행하면서 애국가를 봉창했다.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금메달을 딴 한국선수가 시상식에서 제일 높이 게양되는 태극기와 함께 울려 퍼지는 애국가 연주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시청하는 한국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면서 눈물을 글썽이게 한다.

축구나 야구와 같은 경기에서는 국제시합 전에 국가가 연주된다. 자국의 국가가 연주될 때 선수들은 조국의 명예를 생각하며 승전을 다짐하고, 상대국의 국가가 연주될 때라도 상호존중의 의미에서 예를 표한다.

봉창, 엄숙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름. 제창, 여러 사람이 다 함께 노래를 부름. 두 단어의 차이만큼이나 애국가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이고 엄숙한 마음으로 불러야 하는 국가의 상징이다.

이민의 나라 미국, 다민족 다문화가 미국처럼 다양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그러나 미국인이 한 국가로 뭉쳐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결정적인 매개체는 그들의 국기인 성조기와 그들의 국가인'성조기여 영원 하라!' (The Star-Spanged Banner)이다.

 아침마다 운동장 조회를 강권하고 애국가를 부르게 하여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은 권위주의적인 발상일 수 있다. 하지만 애국심을 어린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교육적 효과가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작금에 애국가와 국기에 대한 논란이 생겨나서 다수의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어떤 정당에서는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인하는 것이 마치 국가에 대한 애국심의 측정치인양 국가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이념이나 정파적인 이익을 위해서 일부 정치인이 무슨 짓을 하든지 정치에 식상한 다수의 국민들은 관심 없다. 다만 국가의 상징인 애국가와 태극기를 훼손시키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킬 필요가 있을까. 궤변이 잦아지면 허언(虛言)이 된다. 자신을 정당화시키기 전에 애국가를 봉창하고 태극기에 경례를 하는 다수 국민들의 자존심을 생각해보는 아량을 갖춰주길 기대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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