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직업상 우리 경제지표와 흐름에 항상 촉각을 세운다. 유럽발 경제 불황이 세계 시장을 덮고 있는 지금, '경제'는 모든 나라의 공통적인 관심사이며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특별히 우리에게는 이처럼 중요한 '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튼튼한 안보'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늘 안보 관련 기사들이 신문의 주요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일례로 우리 언론들은 한미 외교'국방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논의한 북핵과 미사일 위협 대응책을 어떤 경제 뉴스보다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으며, 전시작전권 전환 이후의 한미 연합전력 유지에 관해서도 각계 인사들이 다양한 주장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선열과 참전용사들에 대한 추모와 보훈의 물결도 한창인데 이는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와 남북 분단의 역사, 특수한 안보 환경이 반영된 지극히 당연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작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의 땅과 바다와 하늘을 지키고 있는 60만 국군장병들에게 우리 국민들은 '안보에 대한 관심'에 버금가는 격려와 성원을 보내고 있는가? 그들의 땀과 노고를 기억하고, 이에 걸맞은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있는가를 자문해 본다.
필자는 얼마 전 우리 지역에 있는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그 예하 부대를 자문위원 자격으로 방문한 적이 있다. 2작전사는 행정구역상 6개 도와 5개 광역시, 150여 개 시'군'구를 포함, 전 국토의 70% 이상을 담당하고 있으며, 5천600여㎞의 해안선 경계를 책임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부대이다.
하지만 막상 작전현장에 가서 보니 국가 산업시설의 73%가 포함되는 넓은 책임 지역, 전방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병력과 노후화된 장비, 작전에 장애가 되는 지역 내의 수많은 민간 요소, 'Not in my backyard'(NIMBY)를 외치며 각종 훈련장 이전을 요구하는 지역주민들, 훈련을 하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소음, 교통체증 등에 대한 끊임없는 민원 제기 등도 장병들에게는 말 못할 2중, 3중의 고충이었다.
심지어 해안 격오지에 위치한 소규모 초소들은 상수도 지원을 받지 못해 갈수기 물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하니, GOP 철책에 근무하는 장병들에 비해 후방은 무조건 편하고 좋은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만났던 해안 경계부대 장병들의 구릿빛 얼굴에서 이런 어려움들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건장한 대한민국의 군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맡은바 위치에서 믿음직스럽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군수지원부대에서 "야전 창끝부대의 전투력 발휘를 보장하기 위해 최상의 급식 유통 시스템 적용, 첨단장비 정비 시설 확충, 신형 피복류'장구류 보급 지원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40여 년 전 나의 초급장교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참으로 기분 좋은 브리핑이었다. 또한 이번 군부대 방문을 통해서 필자는 오히려 평범하고도 귀한 진리를 다시금 얻었다.
'선진 강군'은 선진국 수준의 국방 예산 투입 등 정책적인 정 부지원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군 복무에 임하고 있는 우리 아들, 딸들에 대한 온 국민의 진심 어린 찬사와 격려가 선행되어야만 진정한 '강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오늘도 파도를 벗 삼아 수천㎞의 해안을 지키고 있는 우리 지역의 '안보 파수꾼'들이 있기에 오늘도 우리가 편히 일터로 향하고 잠자리에 들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되겠으며, 우리 모두는 이러한 장병들을 위해 한마음으로 성원하고 지지해야 할 것이다. 황금 같은 시간을 아낌없이 쏟고 있는 장병들의 자긍심과 사기가 충천할 수 있다면 애정 어린 격려의 박수를 아낄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이인중/전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육군 제2작전사령부 자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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