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막다른 길에 내몰린 노동서민] <하>화물·건설 파업 반복…해결책은 없나

하청 재하청 구조…일해도 수익 안나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6일 포항화물터미널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한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270여 개 업체들은 비상운송대책을 세우는 등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화물연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6일 포항화물터미널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세워져 있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비롯한 포항 철강산업단지 내 270여 개 업체들은 비상운송대책을 세우는 등 파업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화물차주,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면서 파업이 반복되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2003년 이후 4, 5년마다 주기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임금 체불도 고질적 현상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타 직종과의 형평성을 들며 뾰족한 지원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노동자들의 삶은 더 힘겨워지고 있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화물연대는 ▷표준운임제 법제화 ▷운송료 30% 인상 ▷노동 기본권 보장 등을,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적정임대료 보장 ▷임금체불 해결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 전문가들은 화물차주와 건설기계 노동자들의 요구를 단번에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보고 있다. 국내외 경기가 연동돼 있는 탓에 전 세계적인 불경기가 닥치면서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에서 직격탄을 맞는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10여 년간 경제성장이 정체되거나 소폭 성장에 그치면서 물동량이 늘어나지 않고 있는 반면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화물차주들의 수익 구조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더불어 건설기계 노동자 역시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다 원가 상승, 부동산 및 건설업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성희 박사는 "경제성장과 경기가 안정화 국면으로 가는 탓에 물동량이나 건설 경기가 과거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화물차주나 건설기계 노동자들이 자영업자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고, 이들은 하청과 재하청 등을 통해 일을 수주하면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또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하청과 재하청을 받으면서 원래 단가의 50%가량밖에 얻지 못하는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일거리 수급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는 등의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왜곡된 시장질서 바로잡아야

화물차주들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왜곡된 시장 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경제전문가들은 화물자동차의 공급 과잉과 다단계 운송 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계명대 하영석 교수(국제통상학과)는 "앞으로 유엔기후협약이 시행되면 현재 지급되는 유가보조도 철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공급 과잉을 없애고 다단계 형태로 운영되는 운송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하지만 수출업체가 '갑'이고 물류업체가 '을'인데다, 물류업체가 난립하는 상황에서 운송 구조 개선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공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계명대 김영철 교수(경제금융학과)는 "이해 당사자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특단의 요법은 없다. 한 사회를 어떻게 통합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피나는 경쟁만으로는 해답을 얻을 수 없다. 서로 배려하면서 파이를 어떻게 나눌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더 근원적인 정책 방향 수정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세계적으로 불경기를 겪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은 더 많은 수익을 내는 불평등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대구본부 권태용 상담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대기업은 주체 못할 만큼 돈을 벌고 있다. 정부가 경제성장에만 매몰돼 사측만을 위한 친기업 정책을 펼 것이 아니라 사회통합 차원에서 노동서민을 위한 특단의 대책과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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