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웰빙 휴가] 바쁜 관광 대신 마음의 평화

인파·교통체증 줄어든 '8말 9초' 휴식 성수기로

"올여름엔 느티나무가 잘 보이는 조그만 침방에서 부채를 들고…". 이해인 수녀의 '마음의 평화를 얻는 휴가'에 대한 단상이다. 시계와 휴대전화기를 집에 두고 서해의 어느 이름 모를 섬, 강원도 설악산 밑 민박집에서 며칠만이라도 자연인처럼 그렇게 '쉼'을 얻고 싶다.

◆진정한 휴식을 즐겨라

그저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시간이었다. 쉬지 않고 일하는 것만이 더 나은 내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그 원칙(?)을 버리지 못했다. 이젠 멈추지 않는 엔진에 제동을 걸어야 할 때다. 곧 여름휴가가 시작된다. 휴가가 시작되면 전국의 도로와 해수욕장, 휴양림, 유적지 등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매년 교통체증과 복잡한 인파 속에서 사람구경만 잔뜩 하고 돌아오는 피곤한 휴가를 되풀이하고 있다.

올해는 색다른 휴가를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풍요로운 마음만 가지고 떠나보자. 철저한 계획을 세워 말 그대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지혜다.

◆힐링, 슬로…유유자적형 늘어

요즘 진정한 휴식을 원하는 '휴가지 선정의 법칙'을 보면 복잡한 바닷가나 유원지보다 '휴대전화 안 터지는 곳'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름이 시작되면 누구나 꿈꾸는 휴가지가 있다. 타히티의 바닷가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 같은 그곳에 가고 싶다. 에메랄드색 물감 같은 바다가 펼쳐진 곳에 삼각 지붕의 방갈로가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곳. 온종일 수영하고 그늘에 그물 침대 하나 매어놓고 쉬다가, 저녁엔 백사장에 앉아 일몰을 본다. 고독할 정도로 유유자적함을 즐긴다. 요즘엔 배낭 하나를 메고 그런 곳을 찾아 떠나는 연인들과 가족이 늘고 있다.

굳이 외국이 아니라도 우리나라 서해 '일몰 즐기기'도 좋다. 소박한 어촌마을에서 일몰을 보면 마음이 헛헛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충남 당진 왜목마을이 좋다. 해변이 남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서해의 땅끝마을인 이곳은 전국에서 일출, 일몰, 월출 광경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휴가문화의 변화

직장인들의 여름휴가 계획 '7말 8초'(휴가 일정을 7월 말이나 8월 초에 잡는 것)의 법칙은 이젠 옛말이 됐다. 최근 어느 여행전문 사이트에서 여름휴가 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43.4%) 정도가 휴가시기를 '8말 9초'(8월 말~9월 초)로 응답했다. 여기에다 6월 초·중순(9.1%)까지 더하면 '비수기 휴가 계획'이 정착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늘면서 '비수기-단거리-실속형'으로 바뀌는 등 자연적으로 휴가문화에 대한 의식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특히 20, 30대는 개성 있는 '나만의 휴가'를 추구하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7, 8월에 집중되는 '집단여름휴가'를 떠나는 기성세대와 달리 시간, 장소, 방법 등에서 자유롭다.

신세대 직장인의 휴가 패턴은 ▷성수기를 벗어나 봄'가을 등 비수기를 택해 휴가여행을 떠나는 사시사철파 ▷경제적으로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외국으로 떠나는 해외여행파 ▷뚜렷한 목적의식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방법을 택하는 목적여행파 ▷붐비는 휴가지보다 조용히 휴가를 즐기는 휴양파 등으로 나뉜다.

나를 찾기 위해, 나를 정화하기 위한 '산사체험'과 조용히 '피정'을 떠나는 등 종교적 수련을 하는 사람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w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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