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실 밖 돋보기] 수학'과학 일기

체험을 표현하는 수단…논리적 사고와 글쓰기 능력 향상

'~초록 난쟁이가 빨간 난쟁이 집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빨간 난쟁이 집을 가르쳐 주는 난쟁이는 자기네 집을 우리가 아는 것도 아닌데 "우리 집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빨간 난쟁이 집이 있다"고 말하고 또 "노란 난쟁이 집과 가깝다"고 하니까 헷갈려서 빨간 난쟁이 집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빨간 난쟁이가 나무를 기준으로 "나는 나무에서 위로 두 칸과 오른쪽으로 세 칸이 만나는 곳에서 살고 있어"라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니 빨간 난쟁이의 집이 어디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위치를 말할 때는 기준을 세우고 방향을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

위의 글은 초등학교 1학년 친구가 위치를 말하려면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업을 받은 뒤 '위치가 달라요'라는 주제로 수학 일기를 쓴 것이다.

수학 일기란 어떤 것일까? 일기라는 점에서는 생활일기와 같지만 쓰는 방식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일기는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이다. 학교에서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매일 일기검사를 하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부담감을 느낀다. 개인의 생활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쓸 거리가 마땅찮다는 점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은 아무래도 진실성이 약하고 특별한 소재가 없는 경우 형식적인 글쓰기에 치우칠 수 있다.

하지만 일기에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면 다르다. 이는 학생 스스로의 체험과 생각이 그대로 묻어나는 경우다. 과학 일기는 일상적으로 쓰는 일기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체험과 느낌을 전달하는 데 제격이다. 수학 일기도 마찬가지다. 수학과 과학 일기란 수학'과학에 관련된 책이나 수업시간 혹은 실생활 속의 경험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표현하되 수학과 과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쓰는 일기를 말한다. 자유롭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일기와 같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굳이 드러내거나 표현하지 않아도 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수학'과학 일기는 쓰는 형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우선 편지 일기는 특정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친구 또는 선생님과 편지 형식으로 주고받아 원리의 이해나 사고력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비해 감상 일기는 수학'과학 관련 영화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배운 내용을 정리하는 데 유용하다. 기록 일기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쓰기에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운동선수의 활동 결과나 올림픽, 월드컵, 프로야구 등의 결과를 정리하다 보면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다. 표나 그래프를 활용하면 더욱 알찬 기록일기가 된다.

마인드맵 일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수학'과학 상식과 체험활동을 마인드맵 형식을 이용해서 표현할 수 있다. 그림이나 수식 혹은 글을 통해 표현하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사고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밖에 탐구일기도 있다.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수학'과학적 원리를 직접 체험하고 탐구한 내용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써 보는 형태의 일기다.

그렇다면 수학'과학 일기를 유용하게 쓰는 방법을 찾아보자. 일기를 쓰기 전에 책이나 학교 수업시간, 생활 속에서 경험한 내용을 먼저 떠올린다. 어떤 내용인지 적어보고 특별히 재미있었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을 간추린다.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은 무엇인지, 더 알고 싶은 내용이 있는지도 생각한다. 그런 다음 재미있는 제목도 붙이고 쓰고 싶은 내용을 만화나 그림 형식으로도 표현한다.

처음 일기를 쓸 때는 내용 정리를 충실히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쓰다 보면 원래 알고 있는 내용보다 무엇이 더 알고 싶은지, 진짜 궁금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다. 또 스스로 새롭게 찾아낸 주제에 대한 호기심으로 일기 내용이 자연스레 옮겨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수학'과학 일기를 쓰다 보면 학습한 내용이나 경험이 체계적으로 정리가 된다. 또 학생 스스로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서 스스로 검증하는 능력이 생긴다.

더불어 활동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의 분위기나 감정이 되살아나 학습한 내용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부한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꾸준히 지속함으로써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게다가 글쓰기 능력 향상이라는 선물도 안을 수 있다. 하지만 일기가 그렇듯 수학'과학 일기도 억지로 쓰면 되레 학습의 흥미를 떨어뜨리게 된다. 게다가 시간낭비도 덤으로 따라온다.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대구중부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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