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웰빙 휴가] 따라하긴 싫다, 나만의 휴가

맘껏 빈둥빈둥·새로운 도전…"이게 일상탈출"

대한민국의 휴가문화가 변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물론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까지 휴가기간은 비슷하다. 경제적 수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뿐 너나없이 사람들이 몰리는 유명 관광지나 휴양지를 찾는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웰빙휴가, 개성 있는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휴가철 피해 짬짬이 휴가

대구시 수성구 양혜원 씨 가족은 틈날 때마다 '휴가'를 즐긴다. 주말이 되면 부부가 주변의 길가 원두막에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낮에는 원두막에서 자연을 보며 대화를 하거나 독서와 잠자기를 번갈아 하면서 편하게 쉰다.

"휴일을 편하게 보내면 재충전이 된다. 그곳에서 배고프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걷고 싶으면 인근 산을 오르거나 들길을 찾는다"고 했다.

대구시 북구 김명철 씨 가족은 복잡한 휴가철을 피해 연중 2, 3일 일정의 몇 차례 토막 휴가를 즐긴다. 사찰을 둘러보고 가볍게 걸으면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여행지를 고르고, 인근에 맛집을 찾는 식의 휴가 일정을 짠다.

김 씨는 "휴가 성수기 때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을 많이 가봤지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2, 3년 전부터 덜 붐비는 시기에 조용한 곳을 찾는 방법으로 휴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진정한 휴식은 걷기여행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단 걸어라. 삶이 고단하다면 걸어라. 몸이 찌뿌듯하면 걷기에 나서라. 날씨가 좋으면 걸어라. 마음이 울적해도 걸어라. 업무가 자꾸 머릿속에 남아있다면 걸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니…." 한국씨티은행 수성지점장 장명숙(49) 씨의 생각이다.

"걷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자연을 보면서 걷다 보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와 일상의 모든 복잡한 문제들을 씻어낼 수가 있고, 잘못한 사람은 용서를, 고마운 사람에게는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장 씨는 휴가 때마다 '걷기여행'을 한다. 걷기는 남편 하재헌(55) 씨가 먼저 시작했다.

하지만 이젠 부부가 나란히 걷기 마니아가 됐다. 부부가 취미를 함께한다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있을까? 이 부부의 걷기 사랑은 유별나다. 2년 전 여름휴가 때 제주도 올레길을 갔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짐은 숙소로 보내고 몇 시간 동안 걸어서 숙소까지 갔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엿새 동안 꼬박 150㎞를 걸었다"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부부의 이색휴가는 '불가능한 것에의 도전'으로 발전한다. 지난 2009년에는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00m)까지 트레킹을 다녀왔다. 웬만한 산악인도 꿈꾸지 못하는 험한 코스 등정을 부부는 해냈다.

"6박 7일 동안 잠자고 먹는 시간 외에는 하루 13시간 동안 꼬박 걷기만 했다"며 "고생을 많이 했는데도 지금은 힘든 만큼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이듬해는 캐나다 로키산맥(2,997m)에 도전했다.

"그때 우리 부부는 아름다운 해변을 걷는 편안한 트레킹을 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젠 힘든 곳을 가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결심은 1년 만에 바뀌었다.

지난해 겨울휴가 때는 아프리카 탄자니아 킬리만자로(5,982m)에 도전했다. 장 씨는 "그땐 정말 고산병까지 걸려 죽을 만큼 고생했다"며 "우리나라 산은 아무리 힘들다 해도 숨을 쉴 수 있는 공기가 있지만, 거기엔 공기가 없어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고역이었다"고 했다. 추위와 싸우고, 체력과 싸우고, 자기 자신과의 싸움 끝에 결국 정상에 올랐다.

이젠 퇴직 후 스페인 산티아고와 동알프스를 가 볼 계획이라고 했다. 이 부부는 요즘 매일 아파트 주변을 걷고 뒷산을 오르면서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을 염원하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