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극 맛있게 먹기] 코러스

이야기 전개 도움'관객 반응 유도…뮤지컬서 쉽게 접해

'코러스'(chorus)는 음악과 연극에서 모두 폭넓게 사용하는 용어인데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여러 사람이 서로 화음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부분을 떠올려본다면 노래에 화음을 넣거나 여흥을 위해 주가 되는 노래 사이사이에 넣는 부분이나 같은 곡조와 노랫말이 되풀이되는 부분, 또는 그 부분을 노래하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대와 관련해서 본 코러스는 연극이나 뮤지컬 등에서 주인공 뒤에서 여러 명이 함께 춤을 추거나 노래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코러스라는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이러한 뜻은 더욱 확실해진다. 코러스가 '무용수와 가수' '종교적 축제'를 뜻하는 그리스어 'khoros'와 라틴어 'chorus'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연극의 역사에서 코러스를 찾아보자면 고대 그리스 연극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 코러스의 구성 인원과 그 역할의 변화 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근거와 자료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도 하나 일반적으로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는 원래 50명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인원이 12명으로 줄었고 이후에 다시 15명으로 늘었다고들 얘기한다. 이것이 일반적인 가설이다. 그리고 무대에 선 코러스들은 15명이 한번에 연기했지만 때로는 절반씩 나뉘어 번갈아가면서 연기하기도 했다. 또한 코러스는 노래하는 것 외에도 대사를 주고받는 연기도 했으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극이 끝날 때까지는 무대 위에 머물렀다.

요즘은 코러스가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한 구성요소라고 생각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원래 코러스는 고대 그리스 비극에 등장하는 연극의 한 구성요소이다. 그러므로 코러스는 분명히 연극의 한 배우다. 하지만 일반적인 배우와는 달리 작가의 생각이나 관객의 생각을 대변하며 직접 작품에 개입하는 독특한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의 개념에서 보자면 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작가적 캐릭터, 혹은 관객의 요구에 부흥하며 재미를 끌어내는 관객 유도형 캐릭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코러스는 작가의 요구대로 움직이며 무대 위의 상황에 반응하는 이상적인 관객이자, 작가가 의도한 연극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장치인 셈이다.

한마디로 코러스는 연극의 내용, 즉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 도움을 주고, 일반 관객의 반응을 끌어내며, 작가의 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거나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무대 위의 분위기를 만들고 춤이나 노래 등으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등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코러스는 희극에서는 그 역할과 비중이 줄어들고 변화하여 사라지거나 막간극의 역할 정도만을 하게 된다.

중세로 가면서 코러스는 더 큰 변화를 겪기도 한다. 관객에게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지닌 인물이 코러스가 변화한 인물인 것이다. 이후 19세기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연극에서는 코러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코러스는 관객이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사실과 진실을 그대로 담는 것과 달리 환상적인 장치였기 때문이다. 물론 군중 장면 등에서 일부 사용하기도 했으나 이전과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비극과 비교하면 오늘날의 연극에서도 코러스는 흔히 볼 수 없는 장치다. 하지만 요즘 관객은 그 어느 때보다 코러스라는 말과 코러스의 역할에 익숙하다. 그것은 바로 뮤지컬 때문이다.

음악을 위해 극이 필요한 오페라와 달리 극을 위해 음악이 필요한 뮤지컬에서 우리는 코러스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고대 그리스 비극에서 코러스가 수행했던 거의 모든 기능과 역할을 오늘날의 뮤지컬에서 온전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사실주의 연극에서 조금씩 밀려났던 코러스는 환상적인 요소를 많이 지닌 뮤지컬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고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를 오늘날의 뮤지컬 구성요소로 가져왔다기보다는 뮤지컬의 기원이 코러스의 역사만큼 그렇게 긴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코러스의 역사와 역할, 기능과 효과 등은 모두가 주목해서 보아야 할 만큼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안희철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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