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폭발 직전 가계부채, 대응책 세워라

가계부채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5월 말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 연체율이 전달보다 0.08% 포인트(p) 오른 0.97%로 1%에 육박했다. 2006년 10월의 1.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 은행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은행의 부실은 국민경제 전반에 엄청난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 가깝게는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멀게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절절히 경험한 바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매우 악성이다. 부채가 많아도 소득이 받쳐주면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우리 가계의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3.7%로 재정'금융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스페인(105%)보다 높다. 이뿐만 아니라 가계의 금융부채 중 30%는 원금 상환이 시작되면 부실화될 '위험부채'다. 이런 경고음은 끊이지 않았지만 금융 당국은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다급해진 금융 당국은 우선 저신용 대출자에 대해 은행권이 공동으로 이자 감면과 원금 분납 등을 해주는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끌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대책은 못 된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소득이 늘어나 부채를 감당할 능력을 키우지 않고서는 가계부채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은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성장동력의 발굴과 함께 성장의 과실이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조세나 재정 정책에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런 바탕 위에 생계형 대출자에 대해서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고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낮은 금리의 서민금융도 확대하는 등 부문별 세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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