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동의 한 고물상. 인부가 야적장 한쪽에 쌓여 있는 폐지 더미에 고무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었다. 30분쯤 지난 뒤 인부는 물 뿌리는 것을 중단했고 뒤이어 들어온 5t 트럭이 젖은 폐지를 싣고 갔다. 이 고물상 관계자는 "고물에서 나는 먼지가 이웃에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어 물을 뿌리지만 무게를 늘리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전날 대구 중구의 한 고물상에서도 인부가 폐지 더미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20여 분 동안 폐지 더미에 물을 뿌리던 인부는 기자가 다가가자 호스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바닥에 물을 뿌린 뒤 물을 잠갔다. 이 고물상 인부는 "폐지는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기는 데 무게가 늘면 가격이 올라간다"면서 "대부분의 고물상들이 물을 뿌려 무게를 늘린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고물상들에 따르면 종이박스와 신문지 등 폐지는 1㎏당 110~130원인 반면 제지공장에 원료로 납품하는 가격은 1㎏당 105~110원이다.
이는 폐지 수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폐지를 높은 가격에 사 낮은 가격에 제지공장에 납품하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한 고물상 김모(33'대구 남구 대명동) 씨는 "고물 수집상들은 돈을 더 주는 곳으로 몰리는데, 구매 가격은 그대로인 반면 제지공장 납품 단가는 계속 낮아져 물을 뿌려서 무게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폐지에 물을 뿌릴 경우 20% 정도 무게가 증가한다. 10t 기준으로 105만~110만원에서 126만~132만원으로 가격이 21만~22만원 올라간다.
고물상들은 경기침체로 지난해 1㎏당 200원 정도였던 폐지 가격이 올해는 1㎏당 110~130원으로 떨어져 물로 무게를 높여야만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지업계는 폐지에 물을 뿌리면 보관이 어려운 데다 종이 생산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불공정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지업체 한 관계자는 "수입된 원료 폐지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나면 원료 총량의 85%가 종이로 재생되지만, 한국에서 모은 폐지는 이물질과 폐지에 흡수된 물을 빼고 나면 최고 65%밖에 사용할 수 없다"며 "단가 계산을 할 때도 물 먹인 종이는 물의 양을 빼고 계산하지만, 눈대중으로 보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아서 고물상과 마찰을 빚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환경을 오염시킨다거나 악취나 소음을 유발시키는 경우가 아니라면 물을 뿌린다고 단속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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