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동해안

경북 동해안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돼 있는 곳이다. 현재 10기가 들어서 있고 앞으로 4기가 더 세워진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서 있는 원전을 볼 때마다 잡다한 상념이 꼬리를 물게 된다. 저 엄청난 콘크리트 덩어리가 혹시 잘못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부터 하게 된다. 자연스레 후쿠시마 원전 사고나 고리 원전 사고 은폐 사건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언론인의 의심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워낙 실수를 잘하는 동물이라 인재(人災)에 의한 사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동해안은 한국과 일본의 원전이 집중돼 있는 곳이라 더 불안하다. 일본의 원전 50기 중에 사고 위험도가 가장 높은 원전 10기가 우리 동해 쪽에 몰려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만약 일본에서 후쿠시마처럼 사고가 나면 동해가 오염되고 지역 주민들은 끔찍한 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다.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가정이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원자력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현실적으로 전기를 싸게 생산할 방법도 없다. 환경론자들의 주장대로 원전을 완전히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전기가 없다면 인간은 석기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하니 원자력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원전을 두고 '양날의 칼'이라고 한다. 자신을 지키는 무기가 될 수 있지만 자신이 칼날에 베일 수도 있기에 머리만 복잡해진다.

요즘 경북도가 추진하는 동해안 원자력클러스터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원전만 자꾸 세울 것이 아니라, 원자력과 관련된 산업을 유치해 경제적인 이익을 찾겠다는 것이다. 경주~포항~영덕~울진을 잇는 동해안 지역에 제2의 원자력연구원, 원자력 수소 실증단지, 스마트 시범 원자로, 원자력기술표준원, 원자력병원, 원자력마이스터고 등을 유치하는 계획이다. 예산 규모만 보더라도 13조 4천억 원이나 되니 일자리도 많이 생기고 찾아오는 사람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원자력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끌어안겠다는 역발상의 정책이다. '고통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겨라'는 의미와 상통하는 것 같다. 정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경북도 관계자들이 열심히 뛰고 있으니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려올 듯하다. 동해안이 원전으로 가득한 유배지 같은 곳이 아니라, 원자력 관련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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